오늘 빚 0원 됐다
전에 글 몇번 썼던
바카라로 2억 넘게 날린
애둘 아빠다
마지막 글 쓰고
꽤 오래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
빚 0원 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정확히는
개인신용대출
카드론
마통
보험대출
그때 도박 때문에 만든 빚
전부 0원
주택담보대출은 원래 있던거니까 제외
처음 들켰을때
211,870,000원
오늘
0원
은행앱 화면
한 10분 봤다
진짜 아무것도 안뜸
상환할 대출 없음
처음에는
별 느낌 없더라
오히려 이상했음
내가 몇년 동안
맨날 보던 숫자가 없어졌잖아
2억
1억 8천
1억 2천
8천
4천
2천
계속 줄어드는 숫자가
어느날 갑자기
0
됐는데
막 영화처럼
울고
소리지르고
와이프 끌어안고
그럴줄 알았거든?
아님
회사 화장실 칸에 앉아서
은행앱 새로고침 한번 더 함
진짜 0인가 싶어서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내가 처음 든 생각이
'끝났네'
였음
그게 다였음
근데 한 5분 있으니까
갑자기 손이 떨리더라
몇년 전에는
바카라 잔액 600만원 찍혀서
손 떨렸고
2억 넘게 빚 생겨서
손 떨렸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없어서 손 떨림
참 씨발
돈 하나 가지고 별짓 다했다
그리고 전에 아들 얘기 쓴거 있잖아
그때 내가 좀 좋게 쓴거 같다
아들이 도박 사실 알고
몇마디 하고
나중에 빚 얼마 남았냐 물어보고
그런 식으로 썼는데
실제 분위기는
그렇게 깔끔하지 않았음
그 뒤로
아들이 나 거의 한달 넘게 피함
밥 먹을때도
나랑 둘만 있으면
밥 빨리 먹고 들어감
내가 차로 학교 데려다준다고 하면
버스타고 간다고 함
원래는
아빠 차 타고 가는거 좋아했음
내가 말 걸면
대답은 하는데
딱 필요한 말만 함
"응"
"몰라"
"괜찮아"
끝
한번은
내가 답답해서
"아빠한테 화난거 있으면 말해"
했음
그러니까
아들이
"말하면 뭐 달라져?"
함
그때 진짜 말문 막힘
고등학생이니까
욕하고 소리 지를줄 알았는데
오히려 저렇게 나오니까
더 아프더라
그리고 며칠 뒤
크게 한번 터짐
아들이 친구들이랑
수학여행 비슷하게
1박으로 놀러가는 일이 있었음
돈 15만원인가 필요했음
아들이 엄마한테만 얘기하고
나한테는 얘기 안했더라
내가 우연히 들어서
"아빠가 줄게"
했음
그러니까
아들이
"됐어"
함
내가
"왜 됐어 필요한거잖아"
하니까
갑자기
"아빠 돈 없잖아"
함
진짜 순간
거실 분위기 얼어붙음
와이프가
"그렇게 말하지마"
했는데
아들이 갑자기 화냄
"틀린 말이야?"
"돈 없어서 우리 다 아끼고 있었던거잖아"
"근데 그게 회사 때문도 아니고 아빠가 도박해서 그런거잖아"
나는 아무말 못함
그러니까
아들이 계속함
"엄마는 왜 아빠랑 계속 살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말은 진짜
심장 찔리는 느낌이더라
와이프가
"그만해"
하고 방으로 보내려는데
아들이 울면서
"나는 모르고 있었잖아"
함
그게 제일 컸던거 같음
돈 2억보다
자기만 바보였다는 느낌
집에서 몇년 동안 돈 얘기 나오면
자기는 그냥
우리집 사정이 안좋구나
아빠 회사 힘든가보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빠가 도박해서 그런거였다는거
그게 존나 배신감 들었나봄
그리고 나한테
"아빠가 하지 말라는 말 이제 믿어야 돼?"
이러더라
공부해라
돈 아껴라
약속 지켜라
게임 그만해라
내가 애한테 했던 말들
전부 의미 없어지는거지
나는 거기에
대답을 못했음
왜냐면
맞는 말이니까
그날 이후로
아들이랑 사이
한동안 진짜 안좋았음
내가 뭘 사주려고 하면
싫다고 함
용돈 더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함
생일에 신발 사준다니까
엄마한테 받을거라고 함
그게
진짜 존나 아팠음
돈으로 미안한거 메꾸려고 하는 내 모습도
싫었던거 같음
와이프가 나한테 그러더라
"걔한테 뭘 사주려고 하지마"
"그냥 기다려"
그래서 기다림
말 걸면 대답하고
싫다하면 안건드리고
학교 행사 있으면 가고
아프면 병원 데려가고
그냥
아빠 해야될 일만 함
사과도
처음에는 존나 많이 했는데
나중에는 안함
계속 미안하다고 하는것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피곤하더라
한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조금씩 돌아옴
먼저 말 걸고
차도 타고
축구 얘기도 하고
근데 도박 얘기는
서로 안함
없는 일처럼
그렇게 몇년 지나감
그리고
올해
아들 대학 붙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서울에 있는 학교 하나 붙었는데
발표날
내가 회사였음
아들이 직접 전화함
원래는
와이프한테 먼저 할줄 알았음
전화 받자마자
"아빠 나 붙었어"
함
나는
"어디?"
함
학교 이름 말함
순간
내가 다 긴장 풀려서
회사 복도에서
"진짜?"
만 세번 함
아들이
"응 진짜"
하면서 웃음
그 웃는 소리 듣는데
갑자기 몇년 전 생각남
얘가
"엄마는 왜 아빠랑 살아?"
하던 날
그때는
다시는 나한테 먼저 전화 안할거 같았거든
근데 대학 붙었다고
나한테 전화함
그게 너무 고맙더라
나는
"축하한다"
하고
"아빠가 밥 살게"
함
아들이
"비싼거"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말이
왜 이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애가 돈 쓰는거 조심하는게
철든줄 알고 좋아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나이 애가
아빠 돈 걱정하는게
좋은 일이 아니었음
그래서
비싼거 먹자고 함
며칠 뒤
가족 넷이
소고기 먹으러 감
전에 글에서
내 목표가
빚 다 갚고
가족끼리 아무 생각 없이
소고기 먹는거라고 썼는데
아직 그때는
빚 조금 남아있었음
그래도 갔음
32만원 나옴
예전 같았으면
바카라 한판보다 작은 돈이었음
지금은
32만원 존나 큼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안아까웠음
아들이 대학 얘기하고
딸은 자기도 나중에 서울 간다고 하고
와이프는
"너는 공부부터 해"
하고
그냥 시끄러웠음
나는 고기 굽고 있었음
그러다 문득
몇년 전에
도박으로 딴 돈 가지고
소고기 먹었던 날 생각남
그날은
내가 돈 잘버는 사람처럼
존나 으스댔거든
사실 빚 내서 먹은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이번에는
그냥 월급에서 냄
별거 없음
그게 좋더라
그리고 오늘
마지막 6,420,000원
상환함
퇴직금 건드린거 아니고
도박해서 딴 돈도 아니고
성과급이랑
몇달 모아둔 돈으로 갚음
상환 누르고
와이프한테 카톡 보냄
"끝"
은행 화면 캡쳐해서
보냄
와이프 답장
한참 안옴
나중에
"수고했어"
딱 네글자 옴
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감동적인 말 올줄 알았는데
수고했어
끝
근데 그게 우리 와이프답더라
퇴근하고 집 갔는데
식탁 위에
통장 하나 있음
급여통장
와이프가
"이제 당신이 관리해"
함
진짜 순간
겁남
기쁠줄 알았는데
겁부터 남
"내가?"
하니까
"응"
나는 바로
"굳이?"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와이프가 웃음
"평생 내가 해?"
라고 함
그래서 통장 받음
몇년 만에
내 월급을 내가 관리하게 됨
근데 솔직히
아직도 불안함
돈을 다시 내가 갖는다는게
예전처럼 기분 좋지가 않음
내가 나를 잘 알잖아
그래서
와이프한테 말함
큰돈은 계속 같이 보자고
그리고
월급 들어오면
저축
생활비
각자 용돈
자동으로 다 빠지게 해놓자고 함
와이프가
"알아서 해"
함
이 말도
몇년 만에 듣는거 같다
알아서 해
그 말이
신뢰잖아
예전에는
당신 알아서 해
이게 당연한 말이었는데
나는 그걸 다 날려먹었음
오늘 다시
조금 돌려받은거 같다
저녁에
아들이랑 둘이 편의점 갔다옴
아들이 맥주 하나 사달라길래
아직 안된다고 함
ㅋㅋㅋㅋㅋㅋ
대신 음료 사줌
집 오는길에
내가 먼저 말함
"아빠 오늘 빚 다 갚았다"
아들이
"진짜?"
함
"응"
그러더니
"얼마였는데 마지막에?"
함
"642만원"
하니까
"와"
하고 끝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뭔가
'고생했어 아빠'
이런거 기대했나봄
근데 고등학생 남자애가
뭘 더 하겠냐
엘리베이터 타는데
아들이 갑자기
"엄마 좋아하겠다"
함
그래서
"그러겠지"
했음
그리고 한참 있다가
"이제 하지마"
함
나는
"응"
했음
아들이
"진짜"
함
이번에는
나도
"절대 안해"
라고는 안함
그 말 너무 많이 했으니까
그냥
"계속 안할게"
라고 함
아들이
"ㅇㅇ"
함
끝
이게 더 현실적인거 같음
몇년 전에
내가 아들한테
한번 깨진 신뢰는
영화처럼 어느날 갑자기
100으로 안돌아옴
지금도
내가 돈 얘기하면
아들이 가끔 농담으로
"아빠 또 이상한거 하는거 아니지?"
함
그럴때
기분 나쁠 때도 있음
근데
내가 만든 일이니까
감수해야지
도박 안한지는
이제 4년 넘음
가끔 생각나냐고?
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제일 좆같음
2억 갚았는데도
가끔 바카라 화면 생각남
술 먹고
누가 돈땄다는 얘기하면
순간
'얼마로?'
궁금함
그래서 나는
내가 완치됐다고 생각 안함
그냥
4년째 안하고 있는 사람임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 함
그리고
빚 0원 된 오늘
내 통장 잔액
3,820,000원 있음
예전 같으면
380이면
작다고 생각했음
몇판이면 천만원 만들수 있다고 생각했을거임
지금은
380만원이
존나 큰돈임
한달 생활비도 되고
애 등록금 일부도 되고
가족 여행도 갈수 있고
비상금도 됨
이 돈을
돈으로 보는 감각을
되찾는데
4년 걸렸다
도박 때문에 잃은 돈
2억 1천
이자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거다
근데 지금 생각하면
제일 큰 손실은
돈이 아니었던거 같다
와이프가
내 말을 한번 더 의심하게 만든거
아들이
아빠 말을 못믿게 만든거
애들이
집에서 돈 얘기 나오면 눈치보게 만든거
그게 더 오래갔다
빚은 오늘 0원 됐는데
그건 아직도 조금씩 갚는 중이다
그래도
오늘은
기분 좋다
존나 오래 걸렸다
진짜
존나 오래 걸렸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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