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1200 들어온 날
전에 글 쓴
45살 애둘 아빠임
와이프한테 도박빚 2억 1천 들키고
집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들어온 놈
기억하는 사람 있을지 모르겠다
그 뒤로 5개월 지남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도박 안함
5개월 조금 넘었다
ㅋㅋㅋㅋㅋㅋ
이걸 자랑이라고 써야되는지도 모르겠는데
나한테는 5개월이 존나 길다
처음 두달은 진짜 지옥이었음
와이프가 나를 사람 취급 안한건 아닌데
그냥
나를 못믿음
내가 퇴근 늦으면
"왜 늦어?"
물어봄
예전에는 그냥 물어보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의미가 다름
내가 휴대폰 들고 화장실 오래 있으면
문 열고 들어오진 않아도
나오면 한번 쳐다봄
카톡 알림 울리면
나도 모르게 먼저 와이프 눈치를 봄
ㅋㅋㅋㅋㅋㅋ
내가 죄인 맞으니까
할말은 없음
급여통장도
이제 내 통장이 아님
월급 들어오면
그날 바로
대출 상환
보험
생활비
애들 학원비
다 빠짐
내 용돈
20만원
끝
처음에는 존나 갑갑했음
45살에
커피 사먹는것도 고민해야 됨
회사 후배들이
"부장님 점심먹고 커피 한잔 하시죠"
하면
속으로 계산함
이번주 3만원 남았는데
커피 5000원
5잔이면 끝인데
ㅋㅋㅋㅋㅋㅋ
근데 신기한게
한 3개월 지나니까
오히려 편해지더라
내가 돈을 못만지니까
생각 자체를 덜함
예전에는 월급날이
도박하는 날이었는데
이제 월급날 되면
와이프가
"이번달 170 갚았어"
이렇게 말함
그게 끝임
나는 잔액도 잘 안봄
와이프가
대출 원금 줄어든거
엑셀로 보여줌
처음 들켰을때
211,870,000원
지금
194,300,000원 정도
5개월 동안
1700 넘게 줄음
생각보다 많이 갚았지?
차 한대 팔았고
성과급 일부 미리 받은거 있었고
보험 하나 정리했고
내가 야근수당도 좀 받음
숫자가 2억 밑으로 내려간 날
와이프가 아무말도 안했는데
나 혼자 좀 울컥하더라
예전에는
바카라 잔액 1억 찍히면
심장이 뛰었는데
요즘에는
빚이 1억대로 내려간게 더 기분 좋았음
ㅋㅋㅋㅋㅋㅋ
이렇게만 보면
훈훈하지?
문제는 지난주였음
회사에서
성과급 나온다고 공지 뜸
이번에 실적이 꽤 좋아서
나는 세후로
1200 정도 받게 됨
공지 보는 순간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심장이 먼저 반응함
1200
숫자 딱 보는 순간
옛날 생각남
1200이면
바카라에서
처음 판 100
두번째 200
세번째 300
이런식으로
몇번만 먹으면...
여기까지 생각함
진짜임
5개월 안했는데
머릿속 계산은 3초만에 돌아옴
ㅋㅋㅋㅋㅋㅋ
존나 무섭더라
'1200이면 빚 갚아야지'
이게 첫 생각이어야 하잖아
근데 아니었음
첫 생각은
'1200이면 한번 해볼만한데'
였음
그날부터
머릿속에서 계속 싸움남
한쪽에서는
야 미친새끼야
2억 쳐날리고
가족 박살낼뻔하고
또 그생각이냐
하는데
다른쪽에서는
'아니 100만 딱'
'100만만 해서'
'300 만들고'
'그 200만 이익으로 빚 더 갚으면 되는거잖아'
이러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도박쟁이 머리는
자기 합리화가 존나 빠름
도박해서 빚을 만들었는데
도박해서 빚을 더 빨리 갚겠다고 함
그날 집에 와서
와이프한테
성과급 얘기함
이미 회사 가족카페 이런데서
대충 아는 눈치였음
와이프가
"전액 빚 갚을거야"
함
나는
"응"
이라고 했음
근데 그 순간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듦
이게 진짜 개좆같더라
내 돈도 아니고
사실상 빚 갚을 돈인데
1200이 없어지는게 아깝게 느껴짐
그날 밤에
와이프 자고
거실에서 혼자 TV 보는데
휴대폰으로 예전에 쓰던 사이트 검색함
로그인은 안함
그냥 주소만 찾아봄
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이미
내가 좆됐다고 느낌
근데 또
'보기만 하는건데 뭐'
이생각함
중독자는 진짜
보기만 한다
확인만 한다
입금 안한다
이런 말 존나 좋아함
다 입금하기 전 단계임
결국 사이트 들어감
로그인창 나옴
아이디 기억남
비밀번호도 기억남
5개월 안했는데
손이 자동으로 침
로그인 성공함
잔액 0원
이벤트 팝업 존나 뜸
오랜만에 오셨네요
입금 보너스
첫 충전 추가
이딴거
예전 같았으면
'오 개꿀'
했을텐데
그날은 이상하게
토할거 같더라
근데
닫지는 않음
바카라 방 들어감
다른 사람들이 하는거 봄
플레이어
뱅커
플레이어
뱅커
결과 뜨는데
심장 존나 뛰기 시작함
'내가 지금 했으면 먹었는데'
이 생각 바로 듦
ㅋㅋㅋㅋㅋㅋㅋㅋ
5개월 동안
내가 달라진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달라졌더라
딱 10분 보고
앱 닫음
그리고 진짜 웃긴게
그 뒤에 은행앱 켬
내 통장 잔액
14만원
성과급은 아직 안들어왔음
그거 보고
조금 안심함
돈이 없어서 못한거임
ㅋㅋㅋㅋㅋㅋ
내 의지로 안한게 아님
돈이 없어서
그날 처음으로 무서워짐
성과급 들어오는 날
내가 그 돈을 직접 보게되면
진짜 사고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듦
다음날 와이프한테 말함
처음에는 진짜 말하기 싫었음
5개월 동안 잘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거든
근데 그냥 말함
어젯밤
사이트 들어갔다고
돈은 안넣었다고
근데 들어가긴 했다고
와이프 표정 굳음
한참 아무말 안함
나도 존나 후회됨
괜히 말했나
그냥 숨길걸
싶었음
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이생각부터 함
근데 와이프가
화는 안냄
그냥
"성과급 들어오는 날 당신 통장으로 안받게 할 수 있어?"
함
회사에 물어보니까
급여계좌 변경 가능하더라
그래서
와이프 통장으로 바꿈
그날 인사팀 직원한테
계좌 변경 신청하면서
존나 창피했음
45살 부장이
성과급을 와이프 통장으로 받음
근데 사유 묻지는 않더라
다행임
그리고 지난 금요일
성과급 들어옴
12,480,000원
와이프가 캡쳐해서 보내줌
나는 숫자만 봄
내 통장에는
1원도 안들어옴
그날 퇴근하고 집 갔는데
와이프가
은행앱 보여줌
그 돈 그대로
대출 상환함
12,480,000
→ 원금 상환
버튼 누르는걸
내 앞에서 보여줌
대출 잔액이
181,820,000 정도로 내려감
진짜 묘하더라
1200만원이
10초만에 없어짐
예전 같으면
존나 아까웠을거임
'저걸로 몇배 만들 수 있는데'
근데
빚 1억 8천 찍힌거 보니까
기분이 좋더라
와이프가
"아깝지?"
물어봄
나는
"조금"
이라고 솔직하게 말함
와이프 피식 웃더라
몇달만에
나 때문에 웃는거 처음 본거 같음
그러면서
"그래도 없어지는 방향이 맞잖아"
함
그 말이 좀 기억에 남음
없어지는 방향
도박할때도 돈은 없어졌음
근데 그건
내 인생에서 없어지는거고
지금 없어지는 돈은
빚에서 없어지는거잖아
같은 1200인데
방향이 다름
그날 저녁
오랜만에 애들이랑 치킨 먹음
아들이
"아빠 요즘 집에 자주 있네"
이럼
나는
"원래 아빠 집에 많이 있었어"
하니까
와이프가 옆에서
"폰만 보고 있었지"
함
ㅋㅋㅋㅋㅋㅋ
예전 같았으면
기분 나빴을텐데
그냥 아무말 못함
맞는말이라
딸이 태블릿으로
그림 그린거 보여줌
그때 사준 그 태블릿
아직도 존나 잘씀
배경화면도 자기가 그린 그림으로 해놨더라
40만원
내가 예전에 한판에 날리던 돈
근데 그 40만원짜리 물건으로
얘는 몇달째 잘 놀고 있음
바카라 40만원은
결과 뜨는데 30초
끝
남는거 없음
그 차이를 이제 좀 알거같음
근데
내가 완전히 끊었다고는 아직 말 못하겠다
진짜 솔직히 말하면
성과급 1200이
내 통장으로 들어왔으면
100만원 정도는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함
그리고 그 100 잃었으면
200
300
결국 다 했겠지
그 생각하면
등골 서늘함
나는 아직
돈이 있으면 위험한 사람임
그래서 경제권 없는게
이제는 안쪽팔림
필요함
이번달부터
용돈 25만원으로 올려줌
ㅋㅋㅋㅋㅋㅋㅋㅋ
5만원 인상됐다
회사에서 후배가
"부장님 요즘 표정 좋아지셨네요"
라고 함
예전에는
바카라로 500 따도
다음판 생각 때문에 표정 굳어있었음
요즘은
빚 1200 갚고
용돈 5만원 올라서
기분 좋음
사람이 존나 웃김
근데
이게 정상인거 같기도 하다
예전에는
돈이 많아져도 행복하지 않았음
왜냐면 더 많이 만들 생각만 했거든
지금은
빚이 조금 줄어도
기분이 좋음
줄어드는게 눈에 보이니까
그리고 어제
와이프가 처음으로
내 통장에
50만원 넣어줌
차 정비비 내라고
입금 알림 보고
진짜 순간적으로
옛날 생각 났음
50
바카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바로 연결됨
근데 이번엔
바로 정비소 가서
브레이크패드랑 오일 갈음
38만원 나옴
남은 12만원으로
집 오는길에
딸이 좋아하는 케이크 하나 샀음
와이프가
"웬 케이크?"
하길래
그냥
먹고 싶어서 샀다고 함
사실 나 먹고 싶은건 아니었음
돈을 정상적으로 쓰는 기분이
한번 더 느껴보고 싶었음
ㅋㅋㅋㅋㅋㅋ
이런말 하면 존나 오글거리는데
진짜 그렇더라
돈이
사라졌는데
뭔가 남음
차는 정비됐고
애들은 케이크 먹었고
사진 한장 남음
도박할때는
2억 넘게 사라졌는데
남은게
대출내역이랑 거짓말밖에 없음
도박 안한지
168일 됐다
다음달이면 반년임
빚
181,820,000원
아직 존나 많음
앞으로 몇년 걸릴지도 모르겠음
와이프가 완전히 믿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나를 완전히 못믿음
근데 예전에는
2억을 하루에 복구하려고 했음
지금은
한달에 200씩 갚으면
언젠간 끝나겠지
라고 생각함
도박할때는
느린게 제일 싫었는데
요즘은
느린게 제일 안전한거 같다
내가 또 사고만 안치면
빚은
진짜로 줄어든다
그게 아직 좀 신기함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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