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한테 결국 들켰다
전에 글 쓴
45살 애둘 아빠다
빚 2억 1천 있다고 했던 놈임
결국 들켰다
ㅋㅋㅋㅋㅋㅋ
지난 글 쓰고
정확히 12일 버팀
도박은 안했음
진짜 안함
그때 딸 태블릿 사준 이후로
이상하게 바카라 생각도 좀 덜났음
그래서 혼자
'이제 진짜 끊을수 있나'
이런 생각도 했음
근데
도박을 끊는거랑
이미 저질러놓은게 없어지는건
전혀 다른 문제더라
지난주 목요일이었음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와이프 전화옴
평소에는 카톡하지
회사시간에 전화 거의 안함
전화 뜨는 순간
이상하게 느낌이 왔음
안받고 싶었음
진짜로
벨 울리는거 보면서
그냥 끊길때까지 보고 있었음
두번째 전화 옴
받음
"여보"
와이프가
되게 차분하게
"오늘 몇시에 와?"
이러더라
나는
"왜? 한 7시?"
하니까
"오늘 바로 와"
함
그때부터 심장이 존나 뛰기 시작함
뭐 봤구나
딱 알겠더라
그래도 사람이 병신인게
그 순간에도
'뭘 봤지?'
'어디까지 봤지?'
'얼마까지는 숨길수 있지?'
이 생각부터 함
ㅋㅋㅋㅋㅋㅋ
진실을 말할 생각이 아니라
새로운 거짓말 준비함
퇴근하는데
평소 40분 걸리는 길이
진짜 5분처럼 느껴짐
집 앞 지하주차장 도착했는데
차에서 못내리겠더라
시동 끄고
한 20분 앉아있었음
휴대폰으로 은행앱 계속 열었다 닫았다 함
대출잔액
신용대출
마통
카드론
약관대출
전부 합치니까
211,870,000원
평소에는 그 숫자 맨날 보면서도
그냥 숫자였는데
그날은 처음으로
2억 1천이라는 돈처럼 보이더라
집 들어감
거실 식탁에
와이프 혼자 앉아있음
애들은 없었음
학원 보냈다고 함
식탁 위에
종이 몇장 있었음
은행에서 온 우편물이었음
내가 주소 바꾸는걸 깜빡했더라
대출 만기 관련 안내였음
근데 그것만 본게 아니었음
와이프가 이상해서
집에 있던 공인인증서니 뭐니 찾아서
공동계좌랑
주택대출 내역까지 본거같더라
나 앉자마자
종이 하나 밀어줌
7천만원
추가 담보대출
그거였음
"이거 뭐야?"
물어봄
나는 준비했던대로
"그때 금리 갈아탄거 있잖아"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까지 구라침
와이프가
아무말도 안하고
다른 종이 밀어줌
거기 추가대출이라고 써있더라
그때 아무말 못함
"7천 어디 썼어?"
물어봄
대답 안함
"주식했어?"
아니라고 함
"코인?"
아니라고 함
그리고 한참 있다가
와이프가
"도박이야?"
하더라
그 말 듣는데
몸에서 힘이 싹 빠짐
나는 대답 안했는데
그게 대답이었나봄
와이프가 눈 감고
한 10초 정도 가만히 있음
그리고
"얼마야"
함
나는 또 구라침
ㅋㅋㅋㅋㅋㅋㅋㅋ
"한 7천 정도"
와이프가
나 쳐다봄
진짜 표정이 아직도 기억남
화난 표정이 아니었음
그냥
처음 보는 사람 보는 얼굴이었음
"7천 맞아?"
함
나는
"조금 더 있어"
"얼마"
"1억 정도"
"얼마"
"..."
"정확히 얼마냐고"
그때도
2억 1천이라고 말을 못하겠더라
입이 안떨어짐
결국 휴대폰 달라고 함
처음에는 못준다고 함
와이프가
"지금도 숨길거야?"
이 한마디 함
폰 줌
은행앱 하나씩 열음
신한
국민
카카오
카드앱
보험앱
하나씩 열때마다
빚이 나옴
5000
3000
1800
1200
7000
금액 하나 나올때마다
와이프가 메모장에 적음
계산기 두드림
나는 식탁 반대편에서
그걸 보고 있었음
진짜 미칠거 같더라
내가 3년 동안
밤마다 혼자 보던 숫자들을
와이프가 처음 보는거잖아
마지막 계산하고
와이프가 화면 보여줌
211,870,000
내가 알고있는 숫자 그대로였음
"이게 집 대출 빼고지?"
나는
응
함
그 뒤로
진짜 정적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음
와이프가 갑자기 웃더라
진짜 웃긴게 아니라
사람 너무 어이없으면 웃는거 있잖아
"2억?"
"당신이?"
"언제부터?"
하길래
3년 정도 됐다고 함
그 순간
와이프가 처음으로 소리침
"3년?"
돈 액수보다
3년이라는 말에 더 놀라더라
"3년 동안 나한테 거짓말한거야?"
나는
"처음에는 갚을수 있을줄 알았어"
라고 함
그러니까
와이프가
"뭘 갚아?"
함
"내가 당신한테 돈 갚으라고 했어?"
"왜 혼자 빚 만들고 혼자 갚고 혼자 또 만들고 있었는데?"
할말이 없음
나는 계속
"미안하다"
만 함
와이프가 갑자기
내가 했던 말들을 하나씩 꺼내더라
작년에 여행 안간거
회사 어렵다고 했지?
응
아들 영어학원 옮길때
돈 너무 많이 든다고 했지?
응
내가 냉장고 바꾸자고 했을때
내년에 사자고 했지?
응
친정엄마 환갑때
이번달 카드값 많이 나왔다고
50만 보내자고 했지?
응
전부 기억하고 있더라
나는 기억도 잘 안나는 말들인데
와이프는 다 기억함
그리고
"그때도 도박하고 있었어?"
물어봄
나는 아무말도 못함
"그때도?"
응
"그때도?"
응
계속 응
응
응
만 함
와이프가 울기 시작함
근데 막 소리내서 우는게 아니라
눈물만 계속 닦음
그게 진짜 더 미치겠더라
그러더니
딸 태블릿 얘기함
"그래서 갑자기 사준거야?"
나는 아니라고 했음
그건 진짜 아니었음
사주고 싶어서 샀다고 함
와이프가
"40만원짜리 사주면서 죄책감 덜려고?"
이러더라
그 말 듣는데
진짜 아무말 못하겠음
맞는거 같기도 해서
그리고 제일 아팠던 말이
"나는 우리가 그냥 돈이 없는줄 알았어"
였음
"애들 키우니까 돈 드는구나"
"대출이자 올라서 힘든가보다"
"당신 회사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나보다"
"그래서 나도 아껴야겠다"
이렇게 생각했대
옷도 잘 안샀다고 함
친구들이 여행가자는데
돈 아끼려고 안갔다고 함
나는 몰랐음
와이프가
자기 화장품도 싼걸로 바꿨다고 하더라
그 돈 아껴봤자
내가 바카라 한판 걸던 돈보다 작음
ㅋㅋㅋㅋㅋㅋ
웃긴데
안웃김
그러다가 와이프가 갑자기
"애들 돈은?"
함
그 말 듣는 순간
심장 내려앉음
애들 이름으로
적금 하나씩 있었음
그건 안건드림
진짜로
그건 안건드렸음
앱 보여줌
그대로 있는거 확인하고
와이프가 그때 처음 크게 울음
왜 우는지 모르겠더라
나중에 말하길
그거까지 없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집 나갔을거라고 함
그러고
"집은?"
함
집 시세가 대충 6억 좀 넘음
기존 주담대랑 추가대출 합치면
대출이 2억대 후반
거기에 내 개인빚 2억 1천
계산하더니
와이프가
"우리 집 팔아야돼?"
물어봄
그 말을 듣는데
진짜 정신이 확 들더라
우리집임
애들 초등학교 들어갈때 이사온 집
벽에 애들 키 잰 흔적 있고
딸 방에 스티커 붙어있고
아들이 자기 방 처음 생겼다고 좋아했던 집
내가 도박해서
그 집을 팔 수도 있는 상황 만든거임
나는
"안팔아도 돼 내가 갚을게"
라고 함
그러니까 와이프가
"뭘로?"
함
진짜 할말 없더라
"2억을 뭘로 갚을건데"
"또 도박해서?"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아니"
소리 크게 냄
그러니까 와이프가
"당신 말 이제 내가 어떻게 믿어"
함
끝이더라
그 말에 할말이 없음
내가
다시는 안한다
월급 다 줄게
휴대폰 검사해도 된다
뭐든 하겠다
했는데
와이프는
"그 말을 왜 믿어야 하는데"
한마디 함
15년 동안 쌓은 신뢰를
진짜 3년 만에 다 썼더라
전에 글에서
내가 신뢰를 현금서비스처럼 뽑아썼다고 했잖아
한도 끝까지 다 쓴거였음
그날 애들 들어오기 전까지
3시간 넘게 얘기함
결론은
당장 이혼은 안하겠다고 함
애들 때문에
근데 나보고
일단 집에서 나가라고 함
한달만이라도
자기 얼굴 보고 있으면
정상적으로 애들 대할 자신이 없다고 함
그날 밤
옷 몇개 챙김
아들이
"아빠 어디가?"
물어봄
나는
회사 교육 때문에
며칠 출장간다고 함
ㅋㅋㅋㅋㅋㅋ
또 거짓말
이 상황에서도 또 거짓말
와이프가 그거 듣고
나 한번 쳐다보는데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더라
지금 회사 근처 모텔 장기방 잡아서 있음
하루 4만원짜리
처음 방 들어왔는데
진짜 존나 작더라
침대 하나
TV 하나
냉장고 하나
집에서는
내 방 따로 있었고
거실에 큰 TV 있고
와이프가 밥 해주고
애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그게 당연한줄 알았음
지금은 편의점 도시락 먹으면서
벽 보고 있음
ㅋㅋㅋㅋㅋㅋ
와이프가 다음날 조건 보내옴
내 명의 모든 계좌 공개
대출 전부 정리
급여통장 와이프 관리
신용카드 전부 해지
신용조회 알림 설정
도박 상담 받기
그리고
한번이라도 다시 하면
바로 이혼
나는 다 알겠다고 함
솔직히 뭐라도 할수 있어서
오히려 고마웠음
이번주에 은행 상담도 받음
대출 여기저기 흩어진거
정리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음
집은 아직 안팔아도 될거 같긴 한데
생활 수준은 확 내려야 될거 같음
차 한대 팔기로 함
보험도 정리하고
내 용돈은 월 20만원
성과급 나오면 전액 상환
퇴직금은 절대 내가 못만지게 하기로 함
45살 먹고
경제권 박탈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웃긴게
전혀 억울하지 않음
오히려 돈을 못만진다는게
조금 편함
어제 아들이 카톡옴
"아빠 출장 언제 끝나?"
라고
나는
"조금만 더 있으면 가"
라고 보냄
아들이
"오면 치킨 먹자"
함
그거 보고 한참 멍때림
얘는 내가 회사 출장간줄 알고
치킨 먹을 생각하고 있음
아빠가 집에서 쫓겨나서
4만원짜리 모텔에 있는줄 모르고
그리고 오늘
와이프한테 전화옴
며칠만에 처음임
받자마자
"애들한테 언제 말할거야?"
함
나는
말해야 하냐고 물음
와이프가
"도박 얘기까지는 안해도 되는데"
"아빠가 돈 문제로 큰 실수했고 우리가 당분간 많이 아껴야 된다는건 알아야 하지 않겠냐"
라고 함
순간
그건 싫더라
애들한테만큼은
괜찮은 아빠이고 싶었거든
그래서
"애들은 모르게 하면 안돼?"
라고 했음
와이프가 한참 조용하다가
이러더라
"당신은 아직도 당신이 창피한게 제일 중요해?"
그 말에
머리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맞더라
와이프 돈
애들 생활
집
노후
다 박살낼뻔 해놓고
나는 아직도
애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가 제일 무서웠음
내가 좋은 아빠이고 싶은게 아니라
좋은 아빠로 보이고 싶었던거 같음
이번 주말에 집에 가기로 했다
아들이랑 딸 앉혀놓고
내가 돈 관리에서 큰 실수를 했고
앞으로 아빠가 갚아야 할 돈이 많아서
당분간 예전처럼 못쓸수 있다고
말하려고 함
도박까지 말할지는 모르겠다
와이프는
그건 내가 결정하라고 함
솔직히 겁난다
아들이
"아빠가 뭘 했는데?"
라고 물어보면
뭐라해야 될지 모르겠음
그리고
이 글 쓰면서 처음 인정하는건데
차라리 와이프한테 들킨게 다행인거 같기도 함
안들켰으면
나는 분명 또 했을거임
68만원이
100 되고
300 되고
그러다 또 대출 알아봤겠지
2억 1천이
3억이 됐을 수도 있음
나는 스스로 멈춘게 아니다
들켜서 멈춘거다
그러니까
아직 내가 정신 차렸다고 말할 자격도 없음
오늘로
도박 안한지 24일째다
그리고 결혼 16년 만에
집에서 쫓겨난지 6일째
예전에는
2억 복구하면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갈줄 알았다
근데 이제 알겠다
돈 2억 다 갚아도
원래대로는 못돌아감
와이프가 내 휴대폰 울릴때마다
한번씩 쳐다볼거고
내가 야근한다고 하면
진짜 야근인지 의심할거고
월급날 되면
내가 또 무슨짓 할까 걱정하겠지
빚은 숫자라서
언젠가는 0원이 될 수도 있는데
신뢰는
0원에서 다시 시작해야 되더라
45살에
결혼 16년차인데
와이프한테 신뢰 잔액 0원이다
ㅋㅋㅋㅋㅋㅋ
이번에는
그거부터 다시 모아보려고 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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