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내가 도박한거 알았다
오랜만이다
전에 글 몇번 썼던
45살 애둘 아빠임
바카라로 빚 2억 넘게 만들었다가
와이프한테 들키고
성과급도 다 빚갚고
회사 후배 때문에 한번 흔들렸다가
어찌저찌 버티고 있는 놈
이번에는
좋은 얘기인지
나쁜 얘기인지 모르겠다
일단 빚부터 말하면
처음
2억 1187만원
지금
4천 8백 조금 남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디어 5천 밑으로 내려왔다
진짜 여기까지 오는데
몇년 걸렸다
예전 같았으면
4천8백이면
'이제 얼마 안남았네'
가 아니라
'이정도면 한방에 복구 가능'
이생각 했을거임
근데 요즘은
4천8백 보면
'이것만 갚으면 끝이다'
이렇게 보인다
이게 내가 제일 달라진 부분인거 같다
와이프랑 사이도
많이 좋아짐
완전히 예전 같지는 않음
그건 나도 기대 안함
근데 이제는
내가 야근한다고 하면
그냥 믿어주는 날도 많아졌고
회사 회식 간다고 해도
매번 전화 안옴
급여통장은 아직 와이프 관리
나는 여전히 용돈받음
지금 50만원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출세함
20에서 50이면
150% 인상이다
그리고 아들
이제 고등학생임
키도 나보다 거의 큼
예전에는
게임 사달라
신발 사달라
뭐 이런거 말하던 애가
이제는 별말 안함
오히려
"아빠 나 이거 꼭 안사도 돼"
이러는 경우가 생김
그게 좀 마음 아픔
내가 돈사고 친 이후로
애들이 집 분위기 보고
돈 얘기를 좀 덜하게 됐거든
정확히는
왜 그런지는 몰랐음
와이프랑 약속해서
애들한테는
내가 돈 관리에서 큰 실수를 했고
가계 상황이 안좋아졌다고만 말했음
도박이라고는 안함
나는 솔직히
평생 안알려도 된다고 생각했음
좋은 얘기도 아니고
굳이 아들이 알아서 뭐하냐 싶었음
근데
결국 알게됨
지난달이었음
토요일에
내가 회사 잠깐 나가야 해서
집에서 노트북 켜놓고
서류 하나 출력하고 있었음
회사 메일 찾다가
예전에 금융상담 받았던 파일이 하나 나옴
대출 정리표
이거 옛날에 와이프랑 같이 만들었던거
파일명이
대충
대출정리_최종.xlsx
이런거였음
진짜 별거 아닌데
거기 메모칸에
'도박 관련 채무'
라고 적혀있었나봄
나는 그걸 몰랐음
그날 저녁
아들이 내방 들어와서
갑자기
"아빠"
함
평소랑 목소리가 다름
"왜"
하니까
"아빠 도박했어?"
함
순간
진짜 머리가 하얘짐
와이프한테 처음 들켰을때보다
더 당황함
뭔말이냐고 물어봄
근데 아들이
"아까 노트북 보다가 봤어"
함
그 순간
또 병신같은 생각이 먼저 듦
어디까지 봤지
얼마까지 봤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년이 지나도
인간 본성은 안바뀐다
숨길 방법부터 생각함
근데 이번에는
입이 안떨어짐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아니라고 했을거임
회사 자료라고
남의 자료라고
뭐라도 둘러댔겠지
근데 그냥
"응"
함
아들이 가만히 있음
그리고
"얼마 잃었는데?"
물어봄
나는
말하기 싫었음
진짜로
근데 이미 와이프한테도
끝까지 숨기다가 더 망했잖아
그래서 그냥 말함
"2억 조금 넘게"
아들이
한참 아무말 안함
그리고
"2억?"
함
그 목소리가 진짜 이상했음
놀란 것도 맞고
실망한 것도 맞고
내가 알던 아빠가 아닌 사람 보는 느낌
나도 그 표정 처음 봄
아들이
"우리 집 돈?"
물어봄
그말이 제일 아팠음
나는
"내가 대출받은 돈도 있고
우리 돈도 일부 들어갔어"
라고 함
그러니까
"엄마도 알아?"
함
"응"
"언제부터?"
"몇년 됐어"
그때 아들 표정 확 변함
"그럼 나만 몰랐던거야?"
이러더라
나는
"너랑 동생은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어"
라고 함
그러니까
아들이
"왜?"
함
"아빠가 쪽팔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와이프가 예전에 했던 말이랑
똑같은 말을 아들이 함
그 순간
진짜 소름돋더라
나는
"그것도 있고
너한테 굳이 그런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라고 함
아들이
"근데 우리도 돈 아끼고 있었잖아"
함
이말 듣는데
가슴 철렁함
아들이 다 알고 있었더라
뭔가 집 분위기 이상한거
여행 줄어든거
외식 줄어든거
자기 학원 하나 줄인거
와이프가 차 바꾸는거 미룬거
다 알고 있었음
그냥 이유만 몰랐던거임
나는 애들이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애들은
결과는 다 보고 있었음
아들이
"나는 회사 안좋아서 그런줄 알았어"
함
그말 듣는데
진짜 옛날 생각남
와이프도 그랬음
회사 어렵고
물가 오르고
이자 올라서
돈 없는줄 알았다고
나는 가족 두명한테
몇년 간격으로
똑같은 소리를 들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사람이 같은 죄를 오래 끌면
여러명한테 반복해서 상처주는거 같다
아들이 한참 있다가
"근데 왜 했어?"
물어봄
솔직히
이 질문이 제일 어렵더라
돈 벌려고?
복구하려고?
스트레스 때문에?
다 맞는 말인데
다 핑계임
그래서 그냥
"처음에는 돈 따려고 했고
나중에는 잃은 돈 찾으려고 했어"
라고 함
아들이
"2억 잃을때까지?"
함
"응"
"중간에 그만둘 생각 안들었어?"
"맨날 들었어"
그러니까 아들이
"근데 왜 계속 했어?"
이러는데
진짜 설명이 안되더라
나는
"그게 중독인거 같아"
라고 함
처음으로 아들한테
내가 중독이었다고 말함
그동안
와이프한테도
도박중독이라는 말은 잘 안했음
그냥 내가 미쳤었다
잘못했다
이런식으로 말했지
근데 아들한테는
이상하게 그 말이 나오더라
아들이
"지금도 하고 싶어?"
함
이 질문도 존나 어려움
나는
"가끔 생각나"
라고 함
거짓말 안함
아들이
"그럼 또 할수도 있는거야?"
함
그 말 듣는데
진짜 대답이 안나옴
'절대 안해'
라고 말하고 싶었음
아빠니까
근데 나는
그 말을 와이프한테 수십번 했던 사람임
그래서 그냥
"그래서 돈을 내가 안가지고 있어"
라고 함
"혼자 있으면 위험하니까"
아들이
그말 듣고
한참 가만히 있음
그리고
"좀 무섭다"
하더라
그게 진짜 아팠음
아들이
나를 무서워한적은 있어도
내가 불안한 사람이라 무섭다고 한적은 없었거든
나는 항상
아빠니까
가족에서 제일 안정적인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했음
근데 지금은
애가 아빠를
언제 사고칠지 모르는 사람으로 보는거잖아
아들이 방 나가고
나는 혼자 한참 앉아있었음
와이프한테 말함
아들이 알았다고
와이프가
한숨 쉬더라
근데 화는 안냄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었지"
함
나는
"괜히 알게한거 같아"
라고 했음
와이프가
"당신이 알게한게 아니라
당신이 한 일이 있는거야"
라고 함
ㅋㅋㅋㅋㅋㅋ
맞는 말만 존나 잘함
그날 저녁
아들이 밥 먹는데
평소랑 똑같았음
말도 하고
동생이랑 싸우고
TV도 보고
근데 나랑 눈을 잘 안마주침
그게 너무 신경쓰임
나는 괜히 말 많이 걸음
"학교는 어때"
"시험 언제야"
"축구는 계속 하냐"
아들이 대답은 하는데
짧음
그날 밤
진짜 오랜만에
도박 생각남
웃기지?
스트레스 받으니까
또 그쪽으로 생각이 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들이 나한테 실망했다
기분 안좋다
바카라 한번 하면
머리 비워질거 같음
이 연결이
아직도 머릿속에 있음
진짜 소름돋더라
그날은 사이트 안들어감
대신 와이프한테 말함
"나 지금 좀 위험한 생각 든다"
와이프가
"뭔데"
하길래
"도박 생각"
이라고 함
그러니까
와이프가
그냥 내 옆에 앉음
아무말 안함
예전에는
그 말 들으면 싸웠을거임
요즘은
그냥 옆에 있어줌
한 20분 있다가 괜찮아짐
며칠 뒤
아들이 먼저 말 걸어옴
"아빠"
"응"
"빚 이제 얼마 남았어?"
"한 5천"
하니까
"많이 갚았네"
함
그 한마디에
진짜 울컥함
나는
"응"
이라고만 함
아들이
"그럼 다 갚으면 끝나는거야?"
물어봄
나는
"돈은 끝나지"
라고 함
아들이
"도박은?"
함
또 대답하기 어려움
"그건 계속 조심해야 될거 같아"
라고 함
아들이 고개 끄덕임
그리고
"나 대학갈때까지는 다 갚아"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
명령함
나는
"그래"
라고 함
그날부터
대출 앱 잔액 볼때
느낌이 좀 달라짐
예전에는
와이프한테 갚는 돈 같았음
지금은
아들한테 약속한 숫자처럼 보임
48,700,000
다음달
46,900,000
이렇게 줄어드는거
아들이 가끔 물어봄
"아빠 이제 얼마야?"
나는 솔직하게 말함
신기한게
아들이 알고 나니까
숨길게 하나 줄어서
마음은 오히려 조금 편함
얼마전에
아들이 운동화 사달라고 함
18만원
예전 같았으면
비싸다고 했을 수도 있음
이번에는 그냥 사줌
와이프가
"너무 비싼거 아니야?"
하니까
내가
"애가 신을거잖아"
라고 함
아들이 옆에서
"아빠 돈 막쓰지마"
이러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18만원은 괜찮아"
하니까
"진짜?"
함
그 '진짜?'가
왜 이렇게 마음에 남는지 모르겠다
애가 이제
나한테 돈 써도 되냐고 확인하는게
습관이 된거 같아서
그날 운동화 신고
거울 앞에서 보는거 보니까
예전 딸 태블릿 생각남
돈은
사라지는게 아니더라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함
18만원이
바카라에 가면
30초 뒤에 없음
아들 신발에 가면
얘가 1년은 신고 다님
나는 그걸
40대 중반에 배움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빚
47,900,000원
도박 안한지는
2년 조금 넘었다
아들은
내가 도박중독이었던거 안다
처음에는
그게 존나 창피했음
지금도 창피함
근데
한편으로는 잘됐다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얘한테는
도박해서 쉽게 돈번다는 환상은
내가 확실하게 깨줬으니까
얼마전에 아들이
친구들이 스포츠토토 얘기한다고 하길래
내가
"절대 하지마"
라고 함
그러니까 아들이
피식 웃으면서
"내가 아빠 보고 그걸 하겠냐"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할말 없더라
근데
그 말이
내 인생에서 들은
제일 아픈 말 중 하나인데
이상하게
조금은 다행인 말이기도 했다
내가 망한걸 보고
적어도 얘는 안하면
그걸로 됐다
요즘 목표는 하나임
아들 대학 들어가기 전에
빚 0원
그리고
그날 가족끼리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소고기 한번 먹으러 가는거
예전에 도박으로 딴 돈으로
소고기 사먹었을때는
내 돈인줄 알았음
이제는 안다
그건
미래에서 땡겨쓴 돈이었다
이번에는
진짜 내 돈으로
가족 밥 한번 사고 싶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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