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살 애둘 아빠다
45살 애둘 아빠다
와이프는 내가 빚 2억인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2억 1천 조금 넘음
집 대출 제외하고임
ㅋㅋㅋㅋㅋㅋ
이 나이 먹고 이런 글 쓰는것도 웃긴데
어디 말할데가 없다
회사 사람들은 내가 평범하게 잘사는줄 안다
결혼 16년차
중학생 아들 하나
초등학생 딸 하나
자가 아파트 있고
차 두대 있음
회사 17년 다녔고
연봉도 7천 조금 넘는다
남들이 보면
그냥 존나 평범한 40대 아저씨임
나도 3년 전까진 그랬음
도박이라고는
회사 야유회때 고스톱 만원짜리 친게 전부였음
토토도 안했고
코인도 안했고
주식도 삼성전자 조금 산게 끝
내 인생에 카지노 같은건 없을줄 알았음
시작은 진짜 별거 아니었다
코로나 끝나고
회사 후배들이 점심먹으면서 바카라 얘기하는걸 들음
한놈이 전날
30 넣어서 170 땄다고 하더라
나는 옆에서
"야 그런거 하지마라 다 조작이야"
이랬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그말 했음
그러면서 어떻게 하는지는 물어봄
그날 밤
애들 다 자고
와이프도 자는데
거실 소파에서 가입함
처음 입금
10만원
솔직히 별 기대도 안함
그냥 궁금했음
10이 18됨
18이 31됨
31에서 출금함
통장에 진짜 31만원 들어옴
그때 이상하게 기분이 좋더라
21만원이면
회사에서 하루 일해서 버는 돈보다 많았음
다음날 와이프한테
족발 시켜먹자고 함
와이프가
"오늘 뭔일이야?"
그러길래
성과급 조금 나왔다고 함
성과급은 씨발
바카라로 번 21만원인데
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그 족발이 우리집에서 내가 편하게 먹은 마지막 족발인거같다
처음 몇달은 진짜 소액으로 함
10
20
많아야 30
잃으면 그냥 술값 날렸다 생각함
근데 어느날
50으로 620 만듦
새벽 두시였음
잔액에
6,200,000
찍혀있는데
심장이 존나 뛰더라
바로 출금함
다음날 회사가서도 계속 기분 좋음
한달 카드값이 해결됐잖아
애 학원비도 내고
보험료도 내고
그래도 돈 남음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 바카라가
'도박'이 아니게 됨
'비상시에 돈 만드는 방법'
이렇게 바뀜
이게 진짜 시작이었음
카드값이 많이 나옴
바카라 함
자동차 보험 갱신함
바카라 함
명절에 돈 많이 씀
바카라 함
애 학원비 두개 겹침
바카라 함
처음에는 진짜 해결됨
100 필요하면
50 넣어서 100 만들고 나옴
그러니까 더 믿게됨
어느 순간부터
월급보다 바카라를 더 신뢰함
그러다 처음 크게 터진게
1600만원임
원래 그 돈
아들 중학교 올라가면서
학원비랑 이것저것 쓰려고
와이프가 따로 모아둔 돈이었음
내 명의 통장에 있었음
바카라 하다가
300 잃음
열받아서 300 더 넣음
잃음
500
잃음
그때 멈췄어야 하는데
통장에 500 남아있더라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듦
'500으로 1600만 만들면 아무일도 없던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 4시
잔액
0원
그날 처음으로
자는 애들 얼굴을 오래 봄
아들이 코 골면서 자고있는데
내가 무슨짓 한건지 갑자기 느껴짐
진짜 손이 떨림
다음날 회사에서 신용대출 알아봄
2000 나옴
1600 다시 통장에 채워놓음
400 남음
여기서 정상인이면
매달 대출 갚으면 됨
근데 나는
남은 400을 봄
'이걸로 2000 만들면 대출 자체가 없어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지금 쓰면서도
내가 미친새끼같다
400 날림
그리고 다시 500 빼서 함
날림
그렇게 대출 2000 중
1600 다시 채워놓은것도
한달만에 거의 다 사라짐
이때부터 와이프한테 거짓말 시작함
성과급 줄었다
회사 상황 안좋다
세금 많이 떼갔다
차 수리비 나왔다
부모님 병원비 좀 드렸다
진짜 입만 열면 거짓말함
와이프는 믿었음
왜냐면
15년 넘게 같이 살면서
내가 돈 문제 일으킨적이 한번도 없었거든
그 신뢰를
나는 현금서비스처럼 뽑아씀
ㅋㅋㅋㅋㅋㅋ
빚 5000 넘어갔을때
한번 접으려고 했음
앱 다 삭제함
번호도 바꿈
두달 정도 안함
그 두달이 진짜 좋았다
주말에 애들이랑 영화도 보고
와이프랑 장도 보고
회사 끝나면 그냥 집에 감
휴대폰 볼 이유가 없으니까
잠도 잘잤음
그러다 회식에서 술 먹고
후배가 바카라 켜는걸 봄
그날 딱 20만원만 한다고 들어감
20으로
280만원 만듦
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
왜 하필 땄을까
그날 20을 잃었으면
내 인생 지금 달랐을지도 모름
280 따니까
바로 예전 생각남
'역시 내가 정신만 차리고 하면 되는건데'
그 다음주
500 잃음
그 다음주
1000 잃음
그때부터 대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남
신용대출
마통
카드론
보험약관대출
회사 복지대출
할수있는건 다 함
퇴직금도 중간정산 알아봤는데
조건 안돼서 못함
오히려 그게 천만다행임
됐으면 그것도 다 날렸을거다
제일 미친짓은
아파트 담보대출 추가로 받은거임
와이프한테는
기존 대출 금리 갈아타는거라고 함
실제로는 추가로 7000 받음
은행에서 직원이
"생활안정자금 용도 맞으시죠?"
물어보는데
"네"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생활을 존나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받으면서
생활안정자금
그 7000 처음 봤을때
이번에는 진짜 자신 있었음
내가 그동안 왜 잃었나 분석도 함
판돈 커져서
술먹고 해서
감정적으로 해서
욕심내서
그래서 규칙까지 적음
하루 목표 +200
하루 손실 -100이면 종료
연승해도 판돈 안올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날
+170
둘째날
+230
셋째날
+190
일주일 동안
900 정도 먹음
진짜 확신함
'봐라 이렇게 하면 되잖아'
와이프한테
외식하자고 함
애들 데리고 소고기 먹으러 감
27만원 나옴
그날 나 존나 좋은 아빠인척 했음
아들이
"아빠 오늘 로또됐어?"
이래서 다 웃음
지금 생각하면
그말 들을때 멈췄어야 했다
2주 뒤
7000 다 날림
정확히는
7000 + 그동안 딴 900 + 카드론 1200
합쳐서
9100 날림
하루 반 걸림
마지막판
500 걸었는데
결과 뜨는 순간
아무 느낌도 안남
진짜 이상하더라
예전에는 100만 잃어도
심장이 뛰고 손떨렸는데
500이 날아가는데
그냥 멍함
잔액 0 보고
폰 끄고
거실 나옴
아침 6시였음
와이프가 주방에서
애들 아침밥 만들고 있었음
나보고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잠이 안와서"
함
와이프가
"당신 요즘 회사 많이 힘들지?"
그러면서
계란후라이 하나 더 해줌
그거 먹는데
진짜 목으로 안넘어감
그날 와이프한테 말할까
수십번 고민함
못함
왜냐면 말하는 순간
내 인생이 진짜가 되잖아
내 머릿속에서는 아직
복구하면 없던 일이 될 수 있었음
그래서 계속 숨김
빚 1억
1억 3천
1억 6천
숫자가 올라가는데
이상하게 더 말하기 어려워짐
5000일때 말했으면
욕먹고 끝났을지도 모름
1억이 되니까
이혼할까봐 못말함
2억이 되니까
그냥 죽을때까지 숨겨야겠다는 생각이 듦
현재
2억 1천 조금 넘는다
집 담보 제외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월급날
세후 470 정도 들어옴
대출 이자랑 원금
보험
카드값
이것저것 빠지면
거의 안남음
그래서 요즘 와이프가
"우리 연봉도 올랐는데 왜 점점 돈이 없어?"
라고 함
나는
애들 학원비 많이 올랐잖아
물가 올랐잖아
대출 이자 올랐잖아
라고 함
전부 맞는 말임
근데 제일 큰 이유는 말 안함
아빠가 바카라로 2억 날렸잖아
이 말만 빼놓음
얼마전엔 딸이
태블릿 바꿔달라고 함
40만원짜리
나는
"지금 쓰는것도 멀쩡한데 뭘 바꿔"
하고 화냄
딸 삐져서 방 들어감
그러고 화장실 들어갔는데
갑자기 생각남
지난달에
바카라 한판
50만원 걸었음
딸 태블릿보다 큰돈을
카드 뒤집히는거 보는데 썼음
근데 딸한테 40만원은
돈 아깝다고 화낸거임
진짜 그때
거울에 비친 내가 존나 병신같더라
아들은 올해 중3임
며칠 전에
고등학교 얘기하면서
자기는 나중에 대학가면
기숙사 생활 해보고 싶다고 함
와이프가
"아빠가 열심히 벌잖아 걱정하지마"
라고 함
ㅋㅋㅋㅋㅋㅋ
그 말 듣는데
웃어야되나 울어야되나 모르겠더라
아빠가 열심히 벌긴 함
17년 동안 열심히 벌었음
그리고 3년 동안 열심히 날림
지금 우리 가족이 사는 집도
은행거고
내 월급도
대출회사거고
내 퇴직금도
미래에 갚을 돈으로 이미 계산하고 있음
내꺼는 아무것도 없음
와이프는 노후에
둘이 제주도 한달살기 해보자고 함
나는
"좋지"
라고 대답함
그때 속으로 계산함
이 속도로 갚으면
60살까지 다 갚을수 있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제주도는 씨발
그때까지 회사 안짤리길 기도해야됨
도박 시작하고 제일 많이 생긴 습관이
가족사진 보는거임
아이러니하지?
도박 안할때는
사진 잘 안봤음
요즘에는 회사 점심시간에
옛날 사진 존나 봄
애들 어릴때
놀이공원 간 사진
바닷가 간 사진
와이프랑 신혼여행 사진
그때 나는 돈은 지금보다 훨씬 없었는데
표정은 훨씬 좋더라
그때 통장에
3000만원 있었음
지금보다 부자였음
지금은 연봉 7천 넘는데
순자산 계산하면
사실상 아무것도 없음
며칠 전에 와이프가
내 휴대폰 보다가
대출광고 문자 온거 봄
"당신 대출 있어?"
물어봄
심장 내려앉음
나는
"요즘 이런거 아무한테나 와"
함
와이프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감
그날 화장실에서 한참 앉아있었다
언젠가는 들킬거다
나도 안다
끝까지 숨길수 없다는것도 안다
그래서 요즘엔
차라리 빨리 들켰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
내 입으로 말할 용기는 없으니까
누가 대신 터뜨려줬으면 좋겠음
근데 막상 와이프가 알아챌거 같으면
또 죽어라 숨김
ㅋㅋㅋㅋㅋㅋ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어제 월급 들어왔다
대출 빠지고
카드값 빠지고
통장에 68만원 남음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어젯밤
68만원 입금할까 고민했다
2억 날려놓고
68만원으로 복구할 생각을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개병신이지
근데 내 머릿속에서는 이런식임
68 → 150
150 → 300
300 → 600
몇번만 먹으면 1000
1000 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음
뭘 다시 시작한다는건지도 모르겠음
2억을 68만원으로 복구한다는게
말이 되냐
근데 바카라 화면 켜면
그게 될거같음
그게 제일 무섭다
결국 어제는 안했다
왜 안했냐면
딸이 거실에서 자고 있었음
학원 갔다와서 피곤했는지
소파에서 잠들어있더라
휴대폰 들고 화장실 가려다가
그냥 딸 옆에 앉아있었음
얘 태어났을때
내가 병원에서 안고 찍은 사진 생각남
그때 나는
얘한테 뭐든 해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음
지금은
내가 얘 인생에 제일 큰 사고가 될까봐 무섭다
오늘 68만원 중에
40만원으로 딸 태블릿 주문했다
와이프가 갑자기 왜 사줬냐길래
그냥
"중학교 가면 필요하잖아"
라고 했다
딸 존나 좋아하더라
나는 그거 보는데 기분이 이상했음
40만원을 바카라에 넣으면
존나 작은 돈 같은데
딸한테 쓰니까
진짜 큰 돈이더라
사람 하나를 하루종일 기분 좋게 만들더라
내가 3년 동안 돈을 어디다 쳐넣은건지
그제서야 조금 알거 같았음
아직 와이프한테 말 못했다
빚도 그대로다
내일 갑자기 다시 할지도 모른다
나도 나를 못믿는다
근데 이제는
2억 복구하고 싶은 생각보
3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돈은 다시 벌면 될지도 모르겠는데
애들이
아빠를 지금처럼 보는 시간은
다시 못벌잖아
그게 요즘 제일 무섭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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