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토토 한다고 폰 부쉈던 내가 63살에 경마를 한다
10년 전, 토토를 하던 아들의 휴대폰을 거실 바닥에 던졌다. 추석 날 화장실에서 물만 내리고 나오는 나를 그 아들이 알아봤다.
63살이다
정년퇴직하고 3년째
경마를 한다
10년 전에 아들이 토토 한다고
아들 폰을 거실 바닥에 던져서 박살낸 사람이
나다
ㅋㅋㅋㅋㅋㅋ
이런 데 글 쓰는 건 처음이다
아들이 10년 전에 이런 게시판에 글 쓰면서 버텼다길래
나도 한번 써본다
독수리 타법이라 오래 걸림
회사는 34년 다녔다
생산관리
마누라는 61살
아들 하나 34살
결혼해서 따로 살고
손주가 4살이다
퇴직금은 1억 2천 조금 넘게 나왔음
연금도 나오고
등산복 입고 다니는 평범한 은퇴한 아저씨다
10년 전 얘기부터 해야 된다
아들이 24살 때
학자금 대출 연체 우편물이 집으로 왔다
아들 방에 들어가서 물어봤음
처음엔 아니라고 하더라
두번째 물어보니까
토토라고 했다
그 말 듣자마자
"폰 내놔"
아들이 안 줬다
내가 뺏었음
그리고 거실 바닥에 던졌다
액정이 다 갈라졌다
"도박하는 놈은 내 아들 아니다"
그 말까지 했다
아들은 아무 말 안 하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유심칩만 빼서 주머니에 넣더라
그 뒤통수가 아직 기억난다
그날 밤 마누라가 거실에서 액정 조각을 주웠다
나는 안 도왔음
내가 맞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다음부터 1년 동안
목요일마다 내가 차로 상담센터에 데려다줬다
저녁 7시
끝날 때까지 주차장에서 기다렸다가 데려왔음
아들은 끊었다
그거 하나는 내가 잘한줄 알았다
ㅋㅋㅋㅋㅋㅋ
3년 전에 퇴직했다
출근을 안 하니까
하루가 이렇게 긴줄 몰랐음
마누라는 마누라대로 할 일이 있더라
복지관 요가
성당
친구들
나만 집에 있었다
그때 회사 동기 하나가 전화했음
"주말에 경마장 구경이나 가자"
구경만 한다고 갔다
첫날은 진짜 구경만 했음
두번째 주에 만원을 걸어봤다
말이 들어오는 걸 두 눈으로 보는데
이상하게 손바닥에 땀이 나더라
그때 내가 한 생각이
'이건 토토랑 다르다'
'폰 들여다보는게 아니라'
'살아있는 말이 뛰는 걸 보는거다'
ㅋㅋㅋㅋㅋㅋ
63살 먹고 그런 소리를 했다
주말만 가다가
동기가 폰으로 평일에도 하는 데를 알려줬음
그다음부터는
마누라 요가 가면 거실 소파에서
점심 먹고 등산 간다고 나가서 공원 벤치에서
밤에 마누라 자면 화장실에서
넣었다
등산 간다고 나갈 땐 등산화도 신었음
산에는 한번도 안갔다
그 등산화 3년째 새거다
ㅋㅋㅋㅋㅋㅋ
퇴직금 통장은 내 이름이었다
마누라는 생활비 통장만 봤음
2년 동안
1억 2천이
8천이 됐다
4천
34년 다닌 회사에서 받은 돈의 3분의 1
이번 추석
아들네가 점심 먹으러 왔다
며느리
손주
상 차리고 앉았는데
그날 오후에 내가 보던게 있었음
밥 먹다가 화장실을 갔다
폰으로 확인하고
물 내리고 나왔다
손은 안 씻고
또 갔다
물 내리고 나왔음
세번째 갔다 나오는데
아들이 거실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숟가락 든 채로
설거지 끝나고 베란다에 나가 있는데
아들이 따라 나왔음
"아빠 뭐 해?"
"뭘 뭐해"
"화장실 가서 물만 내리고 나오는 거"
들고 있던 믹스커피를 흘렸다
"나도 그랬어"
"10년 전에"
"물 내리면 밖에서는 아무도 모르거든"
아들이 그걸 알고 있었다
당연하지
아들이 했던 거니까
나는
"애비한테 무슨 소리야"
목소리만 커졌음
아들이 조용히
"폰 줘봐"
그 말 들으니까
10년 전 거실이 생각났다
내가 한 말이었으니까
근데 입에서는
"니가 뭔데"
이게 먼저 나오더라
ㅋㅋㅋㅋㅋㅋ
아들이 한참 나를 보더니
"10년 전에 아빠가 내 폰 뺏어서 던졌잖아"
"나 그거 아직 기억해"
"근데 나는 안 뺏을거야"
"아빠가 줘"
그러고 들어갔다
아들네는 그날 5시에 갔음
원래 저녁까지 먹고 가기로 했었는데
손주가 현관에서 할아버지 안녕 하고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때도 주머니에서 폰을 쥐고 있었음
그날 밤 식탁에 혼자 앉아 있었다
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거실 바닥을 봤음
10년 전에 던진 자리
여기 던지면 되는데
이번엔 손이 안 올라가더라
손주 사진이 다 거기 있어서
아니
그건 핑계고
10년 전엔 아들 폰이라 쉬웠던거다
마누라가 나와서 물었다
"걔랑 무슨 일 있었어?"
다 말했음
경마장
평일
퇴직금
4천
마누라는 한참 말이 없더니
"당신 그때 걔 폰 던진 거 기억나?"
"…어"
"걔 그거 10년 동안 한 번도 얘기 안했어"
"나한테도"
식탁 모서리만 잡고 있었다
도박하는 놈은 내 아들 아니다
10년 전에 그렇게 말했는데
그럼 도박하는 애비는 뭐냐
그건 아들도 안물어보더라
다음날 아침에 아들한테 전화했음
신호가 한참 갔다
"어 아빠"
"야"
"…"
"니 그때 다니던 데"
"목요일마다 가던 데 있잖아"
아들이 한참 조용하더니
"상담센터?"
"어"
"거기 아직 있냐"
"있어. 내가 전화해놓을게"
"됐다 내가 알아서"
"아빠"
"내가 태워다 줄게"
"아빠가 1년 동안 나 태워다 줬잖아"
전화 끊고 한참 앉아 있었다
폰은 마누라한테 줬다
뺏긴게 아니라 내가 줬음
그 앱도 마누라 보는 앞에서 지웠다
이번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아들이 데리러 온다
10년 전에 내가 1년 동안 운전한 길이다
이번엔 조수석임
아들은 운전을 나보다 잘함
그건 좀 분하다
ㅋㅋㅋㅋㅋㅋ
그날 아들 폰 던진 손으로
이 글 쓰는데 2시간 걸렸다
독수리 타법이라 그런 것만은 아닌거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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