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목록
AI 창작썰#경륜 #보일러 #부부 #온도조절기

남의 집 보일러는 하루 다섯 대 고치는데 우리 집 거실은 14도다

하루 다섯 집의 보일러를 고치는 기사가, 경륜으로 날린 교체비 봉투와 매일 1도씩 내려가는 자기 집 온도조절기 앞에 앉았다.

AI로 만든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47살 남자임

보일러 기사 12년차

가게 소속 아니고 혼자 함

1톤 트럭 하나

공구함 두 개

와이프 있고 중2 딸 하나

수도권 오래된 빌라 2층

전세임

빚은 카드론 900

현금서비스 500

합쳐서 1400

전부 경륜임

주말마다 장외 발매소 갔고

요즘은 폰으로도 했다

오늘은 우리 집 보일러 얘기를 쓰려고 함

남의 집 거 말고

지금 아침 7시 40분

골목에 세운 트럭 안이다

시동 걸어 놓고 히터 틀었음

집보다 여기가 따뜻하다

ㅋㅋ

이 일은 10월 말이 제일 바쁘다

첫 추위 오면 전화가 몰린다

"불이 안 들어와요"

"온수가 미지근해요"

"에러가 떠요"

하루 다섯 집은 기본이고

여섯 집 간 날도 있음

가서 커버 열고

점화 보고 센서 보고

배관 만져 보고

고쳐 놓고 나올 때

거실 벽 온도조절기를 꼭 본다

버릇임

숫자가 올라가는 거 확인하고 나와야

다음 집 가도 마음이 편함

우리 집 보일러는

9월 27일 일요일 아침에 꺼졌다

딸이 샤워하다가 소리를 질렀음

"아빠 물 차가워!"

가서 보니까 점화가 안 됐다

딸깍 딸깍 소리만 나고

불이 안 붙음

15년 된 거다

이 집 들어올 때부터 있던 거

점화 트랜스 하나 갈면 일단은 켜진다

근데 연도 쪽에서 물이 샌 자국이 있었음

올겨울 넘기긴 힘든 놈이었다

와이프한테 그대로 말했다

"이참에 새 거로 바꾸자"

"성수기 좀 지나면 내가 달게"

와이프가

"당신 일이니까 알아서 해"

어차피 바꿀 거라 트랜스는 안 샀음

그러고 끝났음

교체는 내가 하니까 공임은 없고

자재값만 들면 된다

130 정도

그 돈은 있었다

10월 9일 한글날

상가 건물 세 대 교체한 대금이 들어왔음

거기서 130 뽑아서

노란 봉투에 넣었다

봉투에 매직으로 '집'이라고 씀

트럭 콘솔박스 맨 밑에 넣었다

다음 날이 10월 10일 토요일이었다

아침에 예약이 하나 취소됐음

트럭이 발매소 쪽으로 갔다

갔다고 쓰는 게 맞나 모르겠다

내가 핸들 잡고 있었으니까

그날 봉투에서 50이 빠졌다

일요일에 폰으로 30

지난 토요일 17일에 남은 거

봉투만 콘솔박스에 남아 있다

'집'이라고 쓴 채로

ㅋㅋㅋ

그 봉투를 아직 못 버렸다

우리 집 온도조절기는 거실 벽에 있다

신발장 옆

현관에서 들어오면 바로 보임

보일러가 꺼져 있어도

실내 온도는 뜬다

9월엔 그 숫자가 별로 안 무서웠음

그냥 쌀쌀하네 정도

지난 일요일부터 추워졌다

일요일 밤에 18도

월요일 17도

화요일 16도

어제 15도

하루에 1도씩 내려감

내가 고치는 집들은 올라가는데

우리 집만 내려간다

와이프는 거실에 전기장판 깔았다

처음엔 안방에만 있었는데

지난 일요일에 하나 더 샀음

거실 소파 앞에 깔고

거기서 무릎 담요 덮고 티비 봄

그 전기장판 값 얼마냐고 안 물어봤다

물어보면 나도 뭘 말해야 될 것 같아서

딸은 전기포트로 물 끓인다

세 번 끓여서

욕실 대야에 찬물이랑 섞음

그걸로 머리 감고

몸은 수건 적셔서 닦는다

학원 있는 날은

학교 체육관 샤워실에서 하고 온다고 함

중2 여자애가

"아빠 나 오늘 학교에서 씻고 왔어"

이걸 자랑하듯이 말했음

나는

"그래 잘했다"

라고 했다

잘했다고 했음

ㅋㅋ

어제는 10월 21일 수요일이었다

다섯 집 갔다

첫 집은 아파트 7층 할머니네

점화 불량

우리 집이랑 같은 증상이었음

트랜스 갈아 주니까 바로 붙었다

할머니가 요구르트 두 개를 주셨다

"기사님 덕에 오늘 밤 따뜻하게 자겠네"

온도조절기 24도에 맞춰 드리고 나왔음

두 번째 집은 신혼부부

온수 센서 갈았다

세 번째는 배관 누수

네 번째는 그냥 필터 막힘

다섯 번째가 원룸 건물 보일러실

거기서 저녁 8시 반에 나왔다

하루 동안 다섯 집 숫자를 올려 줬다

요구르트는 트럭에서 하나 먹고

하나는 딸 주려고 남겼음

집에 들어간 게 밤 10시쯤

현관 들어서자마자 벽을 봤다

15도

전날보다 1도 더 내려가 있었음

와이프는 전기장판에서 자고 있었다

티비가 켜진 채로

딸 방 문틈엔 불이 켜져 있었고

요구르트를 딸 방 문 앞에 두고 나왔다

샤워는 못 했다

당연히 못 함

손이랑 얼굴만 찬물로 씻었다

밤 11시

거실 불 끄고

다용도실 문 열었음

보일러 앞에 쪼그려 앉았다

나사 네 개 풀고 커버 열었다

남의 집에선 2분이면 하는 걸

5분 걸렸음

손이 차서 그런 거다

트랜스는 트럭에 있었다

월요일에 자재상에서 하나 가져왔음

4만원짜리

카드가 한도라서 외상으로 달았다

자재상 사장이

"집에 거야?"

그러길래

"손님 거"

라고 했음

그걸 어제 밤에 처음 꺼냈다

사흘 동안 트럭 대시보드에

상자째로 올려 놨었음

갈아 끼우는 데 10분 걸렸다

전원 넣고

온도조절기 올렸다

딸깍

딸깍

불이 붙었다

배관에서 물 도는 소리가 났음

보일러 옆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배관에 손바닥 대고

조금씩 따뜻해지는 거 느끼면서

20분쯤 지났나

불이 꺼졌다

에러 떴음

연도 쪽 물 새던 데가

결국 배기 센서까지 먹은 거다

다시 켜 봤다

3분 돌다가 또 꺼짐

세 번 해 봤는데 같았음

그때 알았다

이건 진짜 바꿔야 되는 놈이다

남의 집이면 그 자리에서 말했을 거다

"어머님 이건 교체하셔야 돼요"

"부품 갈아도 돈만 버리세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말임

우리 집에선 그 말 들을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ㅋㅋㅋ

커버를 다시 닫았다

나사 네 개

다용도실에서 나오니까

와이프가 깨 있었다

전기장판 위에 앉아서

아까 그 딸깍 소리를 들었나 봄

"켜졌어?"

"아니"

"그래"

그게 다였음

와이프는 다시 누웠고

나는 그 옆에서 잤다

전기장판 반쪽만 따뜻한 데에

와이프가 왜 안 바꾸냐고 안 묻는다

전엔 매일 물었다

"언제 해?"

"다음 주"

"이번 주 바빠?"

"좀 바빠"

그게 지난주까진 매일 있었음

일요일부터 안 묻는다

딱 그 숫자 내려가기 시작한 날부터

그날 와이프가 트럭 열쇠 빌려서

마트 다녀왔다

콘솔박스를 열었는지는 모르겠음

봉투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근데 내가 넣어 둔 것보다

조금 반듯하게 놓여 있었던 것 같다

그 뒤로 와이프는

보일러 얘기를 아예 안 한다

대신 전기장판을 하나 더 샀다

오늘 아침 6시 반에 일어났다

벽부터 봤음

일요일 18도

월요일 17도

화요일 16도

어제 15도

오늘 14도

숫자가 무슨 출석부 같다

하루도 안 빠지고 내려간다

ㅋㅋ

와이프가 내 작업복을

전기장판 위에 펴 놨더라

밤새 거기 깔려 있었는지

입으니까 따뜻했음

현관에서 신발 신는데

와이프가

"오늘 몇 집이야"

"다섯"

"추운 집부터 가"

그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뜻인지 계속 생각하는 중이다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다

남의 집에선 숫자 올라가야 나오는데

우리 집에선 숫자 보기만 하고

그냥 신발 벗었다

130 봉투에 '집'이라고 쓴 건

나였는데

그 봉투를 트럭에 넣은 것도 나였음

집에다 둘 생각을 못 했다

4만원짜리 트랜스를 사흘 동안

대시보드에 올려만 놨다

갈아 보면 알게 될까 봐

안 갈고 있었던 거다

교체 말고는 답이 없다는 걸

딸은 학교에서 씻은 걸 자랑했다

나는 잘했다고 했다

거기서 아빠가 할 말은

그거 말고 다른 거였음

오늘 예약은 다섯 집

첫 집은 9시

반지하 투룸

점화 불량이랬음

아마 트랜스일 거다

트럭 안 히터가 26도에 맞춰져 있다

집은 14도

내일은 13도일 거고

남의 집 다섯 군데 숫자 올려 주고

밤에 들어가서

우리 집 숫자 하나 내려간 거 확인함

12년 해서 이렇게 정확해졌다

ㅋㅋ

이제 시동 끄고 간다

끝.

댓글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