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목록
AI 창작썰#결혼 #축의금 #거짓말

결혼식 날 밤, 축의금을 전부 걸었다

아내가 샤워하는 동안 봉투 187장을 셌다. 3,200만 원. 아내는 내 빚이 1,800이라는 걸 몰랐다.

AI로 만든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결혼식 날 밤 12시 반이었다. 뒤풀이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호텔 욕실에서 물소리가 났고, 나는 침대 위에 축의금 봉투를 쏟아 놓고 있었다. 아내는 머리에 꽂은 실핀만 백 개가 넘는다며, 한 시간은 걸릴 거라고 했다.

봉투는 187장이었다. 우리 쪽이 1,400만 원 조금 넘고, 처가 쪽이 1,800만 원 조금 넘었다. 합쳐서 3,200만 원.

아내는 내 빚을 몰랐다. 1년 전 동기가 알려 준 토토로 시작해서 바카라까지 가며 만든 1,800만 원. 카드론 두 개와 대출 하나였다. 연애할 때 데이트 비용이 모자라던 달마다, 나는 야근이 많다고 했다.

계획은 단순했다. 우리 쪽 축의금으로 빚을 정리하고, 결혼과 함께 전부 끝낸다. 문제는 400만 원이 모자랐다는 거였다.

400만 채우자. 딱 그것만. 그 생각을 하는 데 1초도 안 걸렸다.

호텔 로비 편의점에 ATM이 있었다. 턱시도 바지에 호텔 슬리퍼를 신고 내려가서 봉투를 하나씩 뜯었다. 봉투마다 이름이 적혀 있었다. 큰아버지. 대학 동기. 장인어른 친구분.

처음 넣은 200은 금방 700이 됐다. 손이 떨렸는데,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이대로면 오늘 밤 안에 전부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제일 위험한 생각이라는 건 그때도 알았다.

20분 뒤, 700은 0이 됐다.

다시 내려갔다. 이번에는 이름을 안 보고 뜯었다. 보면 못 할 것 같았다.

새벽 1시 반. 욕실 물소리는 아직 그치지 않았다. 침대 위에 남은 봉투는 스무 장도 안 됐다. 우리 쪽 1,400은 이미 없었다. 처가 쪽 봉투에 손을 댄 게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남은 돈은 400이었다. 처음에 모자랐던 딱 그 금액. 웃음이 났다.

전부 걸었다. 카드가 뒤집히기 직전, 욕실 문이 열렸다.

"자기야, 아직 안 자?" 아내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나오다가 침대를 봤다. 찢어진 봉투들을.

휴대폰은 화면이 켜진 채 침대 위에 있었다. 결과는 보지 않았다. 볼 필요가 없었다. 아내 얼굴을 보는 순간 알았다. 나는 이미 다 졌다는 걸.

아내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찢어진 봉투를 하나씩 집어 이름을 읽었다. "김정숙. 우리 엄마 계모임 언니." "박현우. 우리 팀장님." "이건 우리 이모."

그리고 말했다. "이거, 우리 엄마가 삼십 년 동안 남의 결혼식 다니면서 낸 돈 돌려받은 거야."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말했다. 토토, 바카라, 카드론, 1년. 아내는 끝까지 들었다. 한 번도 끼어들지 않았다.

다 듣고 나서 아내가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신혼여행 가계부로 쓰려던 거라고 했다. "봉투 187장. 이름이랑 금액, 한 사람도 빼지 말고 적어. 그리고 갚아."

새벽 내내 적었다. 찢어진 봉투를 맞춰 가며 이름을 적었다. 아는 이름보다 모르는 이름이 더 많았다. 전부 우리 결혼을 축하하러 와 준 사람들이었다.

아침 6시. 신혼여행 비행기는 10시였다. 아내는 캐리어를 끌고 문 앞에 섰다. "비행기는 안 타. 엄마한테 갈 거야."

문을 열다 말고 아내가 한 번 돌아봤다. "그 수첩, 마지막 줄까지 다 지우면 그때 연락해."

수첩은 지금 네 페이지째다. 월급날마다 한 줄씩 지운다. 187줄 중에 아직 열한 줄밖에 못 지웠다.

그날 밤 마지막 판 결과가 궁금하다고 묻는 사람이 가끔 있다. 나는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 판에서 뭐가 나왔든, 나는 그날 밤 이미 전부 잃었으니까.

끝.

댓글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