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찹쌀떡 리본 300개 묶다가 와이프 폰 사용 시간을 봤는데 계산기가 42분이었다
시장 골목에서 22년째 떡집을 하는 남자가, 화투 빚 1900을 숨겨 온 아내와 수능 주문 상자에 금색 리본을 묶던 밤에 아내의 휴대폰을 열어 본 일을 적었다.
51살 남자임
시장 골목에서 떡집 함
22년째
인생 절반 가까이 떡만 만들었음
와이프랑 둘이 함
와이프는 49
새벽 4시에 셔터 반만 올리고
전날 불려 둔 쌀 빻는 걸로 하루 시작함
아들 하나 있음
22살
1월에 입대해서 지금 상병
아들은 아무것도 모름
오늘은 그 아들한테도 못 하는 얘기 씀
와이프 얘기임
와이프는 화투를 했다
고스톱
시작은 코로나 때였음
그때 시장에 사람이 끊겼다
결혼식 없고
떡이 안 나가니까
저녁 7시면 셔터 내렸음
나는 새벽에 일어나야 되니까
9시면 잠
와이프는 원래 잠이 늦음
그 빈 밤에
휴대폰으로 고스톱 게임을 했다
돈 안 거는 거
자다 깨면
"아 또 쌌네"
그러는 소리 들었음
그게 언제 돈 거는 판으로 넘어갔는지
나는 모른다
와이프도 정확히 기억 못 한다고 함
"어느 날 보니까 거기 있었어"
내가 안 건 올해 7월
7월 16일 목요일 오후 2시
건물 주인 할머니가 가게에 왔음
절편 한 팩 사면서
"사모님 보증금 대출은 잘 갚고 있어?"
"무슨 대출이요"
보증금 3000짜리 가게임
22년 동안 한 번도 안 올렸다
그 보증금 잡고
1000이 나가 있었음
작년 11월에
은행에서 할머니한테 통지가 갔다더라
할머니는 내가 아는 줄 알았음
그날 저녁에 와이프한테 물었다
와이프는 떡 썰던 칼을 내려놨음
그리고 다 말했다
보증금 담보 1000
카드론 600
현금서비스 300
합쳐서 1900
가게 매출에서 빠진 건
와이프도 모른다고 함
장부를 와이프가 봤으니까
나는 떡만 만들었으니까
ㅋㅋ
22년 동안 돈은 와이프가 만졌다
나는 그게 편했음
와이프가 그날 밤에 그랬음
"끊을게"
나는 그 말을 믿고 잤다
일주일쯤 뒤에
새벽 2시에 깨서 가게로 내려감
가게 뒤 쌀 창고 불이 켜져 있었음
와이프가 쌀 포대에 등 대고 앉아서
폰을 보고 있었다
엄지가 화면을 계속 넘기더라
휙
휙
그 엄지
와이프는 나를 보고 폰을 껐다
"이게 마지막이야"
"폰 당신이 가져"
그래서 약속을 했다
가게 문 열면
와이프 폰은 계산대 서랍에 들어감
주문 전화는 가게 전화로 받음
저녁 6시에 서랍에서 꺼내 줌
아들이 군대에서 전화하는 시간이라서
그리고 내가 9시에 자면
그다음은 모름
거기가 구멍인 거 둘 다 앎
그래서 아침마다 폰을 받으면서
사용 시간 화면을 봄
8월엔 매일
9월엔 이틀에 한 번
10월 들어서는
보는 척만 하고 넣은 날도 있었다
빚은 매달 80씩 갚는 중
8월
9월
10월
세 번 냈다
남은 건 1660
10월 들어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함
수능이 한 달쯤 남았음
찹쌀떡
합격떡
고등학교 학부모회에서 450개
학원 한 군데서 300개
동네 개별 주문이 아직 80개쯤
떡은 전날 새벽에 만들어서 넣음
대신 상자는 미리 접어 둠
뚜껑에 합격 스티커 붙이고
금색 리본 묶어 둠
와이프는 리본을 기가 막히게 묶는다
22년 동안 내가 이긴 적 없음
한 손으로 끝을 잡고
엄지로 고리 하나 만들고
휙 감고
쏙 빼면 끝
한 개에 4초
나는 20초 걸림
아들 수능 볼 때도
와이프가 찹쌀떡 상자에
금색 리본 묶어서 들려 보냈다
아들은 시험 끝나고
리본만 풀어서 필통에 넣어 왔음
그 필통 아직 아들 방에 있다
어제 얘기임
10월 19일 월요일
밤 8시 반
셔터 내리고
작업대에 상자 300개 펴 놓음
학원 주문분
수능 주간엔 손이 모자라서 미리 해 둠
나는 스티커 붙이고
와이프는 리본 묶고
둘이 마주 앉았다
와이프 폰은
작업대 끝에 엎어져 있었음
아들 전화는 6시 반에 이미 받았고
"엄마 나 다음 주 훈련 나가"
그 뒤로 폰은 안 건드렸음
나는 그걸 계속 봤다
리본 묶을 때
와이프는 폰을 안 찾는다
7월부터 지켜보니까 그럼
저녁에 폰 생각 안 하는 건 리본 묶을 때뿐임
근데 그 손을 보면
나는 쌀 창고 그 밤이 생각남
어제 그 엄지가
금색 리본 위에서 휙 감고 쏙 뺐다
휙
쏙
나는 스티커를 비뚤게 붙였음
세 개 연속으로
와이프가 그거 떼서 다시 붙였다
"당신 눈 감고 해?"
"아니"
10시 반쯤
상자 220개째였나
와이프가 화장실 갔음
폰은 작업대에 두고 갔다
그게 처음이었다
나는 폰을 집었음
비번 누르고
사용 시간 화면 열었다
아침에 안 보고 넘긴 날이 있었으니까
지난주 목요일
새벽 1시대에 막대 하나가 길었다
42분
심장이 바로 귀까지 올라옴
눌러 봤다
계산기
42분 동안 계산기
그 아래가 메모 9분
ㅋㅋㅋ
계산기를 42분 동안 뭘 두드리냐
그러고 있는데
화장실 문 열리는 소리 났다
와이프가 내 손에 든 폰을 봤다
나도 숨기지 않았음
와이프가 다시 앉아서
리본을 집었다
"계산기 맞아"
"몇 달 남았나 보느라"
"80씩 하면 스물한 달"
"120으로 올리면 열넷"
"근데 120은 안 되더라"
나를 안 보고 말했음
휙
쏙
"수능 주문 다 받으면 한 번은 120 돼"
"그래서 그거 다시 셌어"
나는 폰을 작업대에 도로 엎었다
미안하다고 하기엔
내가 본 게 맞는 거고
고맙다고 하기엔
고마울 일이 아니고
그래서 스티커를 다시 붙였음
이번엔 똑바로
"메모도 봐도 돼"
"안 봐"
안 봤다
지금도 안 봤음
스티커 다 붙이고 나도 리본 거들었음
11시 50분에 300개 끝냈다
와이프가 240개
내가 60개
ㅋㅋ
떡집 22년에
리본 60개
와이프가 마지막 뚜껑을 손바닥으로 툭 쳤음
"내일 4시야 자"
나는 와이프 폰을 들고 올라왔다
원래 밤엔 와이프가 갖고 있는 건데
와이프도 아무 말 안 했다
머리맡에 두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왔음
3시 반에 알람 끄고
폰을 서랍에 넣었다
오늘 아침
쌀 빻는데
와이프가 4시 10분에 내려와서
앞치마 끈을 묶었음
뒤로 손 돌려서
4초
그것도 봤다
반죽 치대는 손
리본 묶는 손
서랍에 폰 넣는 손
다 같은 손인데
나는 매번 엄지부터 봄
ㅋㅋ
서랍엔 자물쇠도 없다
손잡이 달린 칸일 뿐임
와이프가 안 여는 거임
내가 지키는 줄 알았는데
의심하려고 폰을 열었는데
계산기가 나왔을 때
손에서 힘이 빠졌다
처음부터 안심할 걸 찾고 있었던 거임
믿는다는 게
확인을 안 하는 건 줄 알았는데
확인하고 나서도
다음 날 아침에 또 서랍 여는 거더라
지금 상태 적음
빚 1660
80씩이면 스물한 달
학부모회 상자 450개 남았음
리본도 450개
개별 주문 80개는 상자도 안 접었다
떡은 830개 전부 수능 전날 새벽에 해야 됨
와이프 폰은 지금 계산대 서랍에 있다
저녁 6시에 꺼내 줄 거임
아들은 훈련 끝나면 휴가 나온다고 했음
상자 접는 거 존나 싫어하는 놈임
리본은 엄마가 묶을 거고
나는 그 옆에서
스티커나 붙이겠지
똑바로
ㅋ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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