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빚 다 갚았는데 친구가 결혼식에 오지 말랍니다
통장에 찍힌 마지막 이체 내역. 그걸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지난 금요일, 친구에게 마지막 30만 원을 보냈습니다. 이체 확인 화면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2년 전 빌린 돈을 전부 갚는 데 꼬박 스물네 번의 월급날이 걸렸습니다.
“다 보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메시지 끝에 웃는 얼굴을 붙였다가 지웠습니다. 얼마 뒤 답이 왔습니다. “확인했어. 고생했다.” 저는 그 말이 우리 사이에도 마침표를 찍어 준 줄 알았습니다.
친구 결혼식이 다음 달이었습니다. 다른 친구한테 날짜와 장소를 듣고 양복부터 꺼냈습니다. 그리고 물었죠. “청첩장은 언제 줘?” 답장은 다음 날 점심시간에 왔습니다. 이번에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억울했습니다. 돈을 떼먹은 것도 아니고, 이자도 조금 더 보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예전 대화를 올려 봤습니다. 거기에는 돈 말고 다른 것들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입원하셔서 이번 달은 정말 필요해.” 그 메시지를 받은 날 저는 친구에게 하루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 하루는 열흘이 됐습니다. 친구가 새벽에 세 번 전화한 기록도 있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돈을 갚는 동안 저는 제 월급날만 셌습니다. 친구는 자기 어머니의 퇴원 날짜와 카드 결제일을 세고 있었을 겁니다. 제가 돌려준 돈에는 그때 친구가 혼자 했을 걱정이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알겠어.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이번에는 답장을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옷걸이에서 꺼낸 양복을 다시 넣는데, 주머니에서 오래된 영화표가 나왔습니다. 친구와 마지막으로 본 영화였습니다. 빚을 지기 전에는 우리는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만났습니다.
영화표는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진을 친구에게 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친구가 정한 거리를 제 마음대로 좁히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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