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 영상 찾다가 추석에 딸이 내 택시 뒷좌석에서 한 통화를 들었다
택시 바꿀 돈 2800을 전세금이라며 빌려 간 딸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뒷좌석에서 한 통화가, 접촉사고 영상을 찾던 33년 차 개인택시 기사의 블랙박스 카드에 남아 있었다.
61살 남자임
지방 소도시에서 개인택시 함
33년째다
와이프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함
딸 하나 있음
32살
서울에서 회사 회계팀 다님
미혼이고 원룸 전세 삶
지금 토요일 새벽 4시 반
터미널 앞 승강장에서
첫차 손님 기다리면서 폰으로 씀
앞에 택시 세 대 있음
열흘 전에 들은 소리가
아직 귀에서 안 나가서 적음
차 얘기부터 함
지금 차는 2017년식임
계기판에 47만 킬로 넘게 찍혔다
개인택시는 차령이 있음
올해 안에 바꿔야 했음
연장 검사 받으면 1년은 더 탐
와이프랑 2년 전부터 돈을 모았다
택시 바꿀 돈
통장 이름을 그렇게 해 놨음
2800 모였었음
우리 딸은 어릴 때 조수석에 많이 탔음
학교 끝나면 터미널 앞에서 기다렸다가
내 차 타고 집에 갔다
이번 추석에도 내려왔음
9월 24일 목요일 밤에 왔고
27일 일요일 아침에 올라감
터미널까지 내가 태워다 줬다
그날 아침 9시 20분
집 앞에서 출발함
딸은 뒷좌석에 탔음
짐이 있어서 그랬겠지
ㅋㅋ
가는 길에 딸이 말함
"아빠"
"나 전세 만기야"
"집주인이 보증금 3000 올려 달래"
백미러를 한 번 봤음
"10월 10일까지"
"2800만 빌려줘"
"200은 내가 있어"
그 뒤로는 앞만 보고 운전함
미터기는 안 켰음
딸이니까
ㅋㅋ
"생각해 보자"
"엄마랑 얘기해 볼게"
딸이 "응" 함
그 뒤로 둘 다 말 없었음
라디오도 안 켰다
터미널 주차장에 차 세움
9시 40분쯤
"뭐 좀 사 올게"
딸은 차에 있겠다고 했다
편의점 가서 김밥 두 줄이랑 물 하나 삼
7분쯤 걸렸다
돌아오니까 딸이 뒷좌석에서 폰 보고 있었음
김밥 주니까 "고마워" 함
버스 타는 거 보고 왔다
창문으로 손 흔들더라
집에 가서 와이프한테 말함
와이프는 듣자마자
"줘야지"
그러더라
"집 없으면 애가 어디서 자"
"택시는 검사 받으면 되잖아"
"내년에 바꾸면 되지"
와이프는 딸 말이면 다 믿음
30년 넘게 그랬음
나도 그랬고
ㅋㅋ
10월 5일 월요일
은행 가서 2800 보냈다
택시 바꿀 돈 통장에서
딸 계좌로
보내고 나서 차에 돌아와 앉았는데
계기판이 47만 2천이었다
너랑 1년 더 가자
그런 생각 했음
딸한테 카톡 옴
"아빠 고마워 진짜"
"잘 쓸게"
그 잘 쓸게가
지금은 다르게 읽힘
10월 8일 목요일
낮 2시 반
시내 사거리에서 사고 났음
옆 차선 차가 끼어들면서
내 차 조수석 쪽을 긁고 감
사람 안 다쳤고
문짝 두 개 긁힘
상대가 자기 잘못이라고 바로 인정함
보험 처리로 넘어갔다
보험사에서 전화 와서
"블랙박스 영상 앞뒤로 좀 보내 주세요"
그래서 그날 밤
집에 와서 블랙박스 카드를 뺐음
택시 블랙박스는 안도 찍힘
소리도 들어간다
카드는 큰 걸로 꽂아 놨었음
보름치쯤 들어감
밤 11시
안방 컴퓨터에 카드 꽂았다
와이프는 자고 있었음
10월 8일 찾아서
사고 앞뒤 파일 두 개 골랐다
보험사 메일로 보냈음
그걸로 끝났어야 했는데
폴더를 닫다가
9월 27일이 보였다
아직 안 지워지고 있더라
며칠만 늦었어도 덮어써졌을 거임
ㅋㅋ
왜 눌렀는지 모르겠음
딸 내려 주던 날이니까
얼굴 한 번 보려고 했나
9시 41분 파일부터 틀었다
화면에 뒷좌석 딸이 있었음
내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닫히고
딸이 폰을 들었다
"어 나야"
"응 말했어"
"아빠가 해 준대"
"엄마랑 얘기한다는데 해 줄 거야"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월요일에 들어와"
"그걸로 복구할게"
"아니 진짜 복구만 하고 끝낼 거야"
"슬롯은 이제 진짜 안 해"
거기서 딸이 좀 웃었음
"...하나만 더 돌려 보고"
"알았어 알았어"
집주인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음
보증금 얘기도
전세 얘기도
7분 동안 없었다
그러다가 딸이 창밖을 봤음
"끊어 아빠 온다"
그러고 폰 내리고
내가 문 열었다
"김밥 사 왔다"
내 목소리가 들렸음
그게 마지막 파일 끝이었다
한 번 봤음
다시 틀었다
또 틀었다
그날 밤 열한 번 틀었음
33년 택시 하면서
뒷좌석에서 손님들이 하는 전화
수만 통은 들었을 거다
이혼 얘기
빚 얘기
바람 얘기
다 들었고 다 흘렸음
내리면 끝이니까
근데 우리 딸 7분은
열한 번 들었다
ㅋㅋ
이상한 게 있음
영상 속 딸 목소리가
손님 목소리처럼 들렸다
뒷좌석에서 들리는 그 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님
내 딸인데
손님 같았음
그게 제일 오래 남았다
슬롯이 뭔지는 안다
딸이 얼마나 넣었는지는 모름
복구할게라는 말이 있었으니까
2800 말고 더 있을 거다
얼마인지는 못 물어봤다
새벽 2시에 컴퓨터 껐음
카드는 다시 안 꽂았다
다음 날 아침에 새 카드 사서 끼웠음
와이프한테 말 안 했다
딸한테도 안 했음
딸은 10월 10일 토요일에 카톡 옴
"집주인한테 잘 줬어"
"고마워 아빠"
나는 "그래" 보냈음
그리고 "밥 잘 먹어라"
그 카톡 보낸 손이 좀 느렸다
ㅋㅋ
그저께 목요일
10월 15일
딸한테서 50 들어왔음
메모에 "이자"
그 50은 안 썼다
택시 바꿀 돈 통장에 그대로 있음
2800 나가고 50 들어온 통장
ㅋㅋ
이자라는 게
어디서 난 돈인지 모르겠음
월급이면 다행이고
아니면
거기까지는 생각 안 하기로 했다
택시는 연장 검사 받았음
10월 13일 화요일
통과함
1년 더 탐
검사원이
"관리 잘하셨네요"
그러더라
47만 킬로 차한테 그런 소리 들으니까
괜히 좋더라
와이프는 요즘 저녁에
"내년에 바꾸면 되지"
그 말을 자주 함
나한테 하는 건지
자기한테 하는 건지
나는 "그래" 함
요즘 손님이 뒷좌석에서 전화하면
라디오를 켠다
33년 동안 안 그랬는데
"소리 좀 줄여 주세요" 하면 줄임
근데 끄지는 않음
ㅋㅋ
장거리 손님 받으면
한 시간씩 뒷좌석 소리를 듣는데
요즘은 그게 좀 힘들다
그 옛 카드는 점퍼 안주머니에 있음
손톱만 한 거
버리면 되는데
왜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음
가끔 신호 대기 중에 주머니 위를 만져 봄
있나 없나
있음
몇 가지는 알겠더라
딸이 그날 뒷좌석에 탄 거
짐 때문이 아니었을 거임
내 얼굴 안 보려고
아니면 내가 자기 얼굴 못 보게
그건 모르겠음
와이프가 "줘야지" 한 건
딸을 믿어서가 아니라
안 믿을 방법을 몰라서였을 거다
나도 그 방법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딸한테 물어보면
딸은 또 뭔가를 말할 거고
나는 그걸 또 믿을 거임
그래서 안 물어봄
2800이 아까운 게 아니다
그날 편의점에서
김밥 줄 서 있던 7분
그게 아까움
ㅋㅋ
어제 저녁에 딸한테 카톡 보냈다
"밥 잘 먹어라"
딸이 "응 아빠도" 함
그게 다임
앞에 택시 한 대 빠졌다
첫차 도착할 시간임
터미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안주머니 만져 봤음
있음
손톱만 한 게
2800보다 무겁다
계기판은 47만 3천
내년 이맘때쯤 50만 찍겠지
그때까지 이 카드도
같이 타고 다니겠지
손님 온다
미터기 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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