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이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보내던 만원이 스물다섯 번째에 안 왔다
아내 몰래 처남에게 300을 빌려준 마트 수산 코너 직원이, 매주 금요일 밤 들어오던 만원이 스물다섯 번째에 끊긴 뒤 아내에게 말하지 못한 채 보낸 한 주를 적었다.
28살 남자임
대형마트 수산 코너 3년차
회 뜨고 생선 배 가르는 게 일임
손은 퇴근하고 비누로 세 번 씻는데
그래도 비린내 안 빠짐
와이프가 이제 그 냄새로 내가 온 걸 앎
결혼 1년 2개월 차
와이프는 동갑이고
구청 앞 약국에서 일함
지방 광역시 투룸 전세 삶
오늘은 와이프한테 못 하는 얘기라서 씀
처남 얘기임
와이프 오빠
34살
나보다 여섯 살 많음
처음 처가 인사 갔을 때
장인어른이 소주를 따라 주시는데
내가 잔을 너무 꽉 잡아서
술이 손등으로 넘쳤음
그때 처남이 휴지를 뽑아 줬다
"아버지 얘 긴장했어요"
"제가 대신 마실게요"
그러고 내 잔을 가져가서 마셨음
결혼식 축가도 처남이 불렀다
노래 진짜 못 함
두 번째 소절에서 음 떨어졌음
와이프는 울었고
처남은 끝까지 불렀다
마이크 내려놓고 나한테 와서
"잘 살아라"
그 한마디 하고 갔음
올해 4월 14일 화요일
밤 10시 반
마트 지하 직원 주차장
마감하고 나오는데
처남이 내 차 옆에 서 있었음
"잠깐 시간 되냐"
처남 차에 같이 앉았다
처남이 시동을 안 껐음
히터 바람 소리만 났다
"회사가 월급을 두 달 밀렸다"
"300만 빌려 줄 수 있냐"
"걔한테는 말하지 마라"
나는 앞유리만 봤음
비린내 나는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네 형님"
그게 다였다
그 300은 내 비상금이었음
와이프한테 말 안 한 거
결혼할 때 예물을 안 했음
와이프가 됐다고 했다
"나중에 반지 하나만 해 줘"
그 나중이 올해 생일이었음
통장 이름도 '반지'로 해 놨었음
다음 날 아침에 300 보냈다
처남한테서 답이 왔음
"고맙다 꼭 갚는다"
월급이 밀렸다는 건 반만 맞았음
밀린 건 맞는데
월급이 아니라 토토였다
해외 축구
새벽 경기
5월 초 처가에서 처남 폰 알림 보고 앎
그리고 나는 와이프한테 말 안 했다
300 얘기도
토토 얘기도
5월 1일 금요일
밤 11시 4분
폰이 울렸다
만원
입금자명엔 처남 이름만
나는 폰 달력 금요일 칸에 1 적었음
처남한테 카톡이 따로 왔음
"매주 금요일에 보낼게"
"한 주도 안 빼먹을게"
나는 "네" 보냈다
만원씩이면
300 다 받는 데 300주 걸림
계산은 그날 밤에 했음
안 했으면 좋았을 거
ㅋㅋ
5월 8일 금요일
밤 11시 2분
만원
달력에 2
그다음부턴 시간만 조금씩 달랐다
한 번은 11시 47분이었음
그날은 47분 동안 폰을 엎었다 뒤집었다 함
들어온 만원은
그 비상금 통장으로 다시 옮겼다
반지 자리로
와이프는 금요일 밤마다
내가 왜 늦게 자는지 몰랐음
"또 뭐 봐"
"아니 그냥"
그 대답을 스무 번 넘게 했다
ㅋㅋ
처남이 마트에 오기 시작한 건
6월쯤이었음
토요일 오후 3시
카트도 없이 와서
수산 코너 앞에 서 있었다
고등어 보고
안 삼
"지나가다 들렀다"
처남 집은 마트 반대편임
그래도 매주 토요일
3시 언저리
지나가다 들렀다
금요일 밤에 만원
토요일 오후에 처남
9월 말부터 전어가 들어왔다
수산 코너 끝에
소금구이 시식대 하나 놓음
매장 반대편까지 전어 냄새 났음
10월 둘째 토요일이었음
처남이 그 시식대 앞에 섰다
내가 이쑤시개에 하나 꽂아서 줬음
처남이 그걸 안 먹고 들고만 있었다
"이거 집 나간 며느리도 온다는 거지"
"네"
이쑤시개를 휴지통에 넣고
"걔 생일 이번 달이지"
"24일이요"
"그렇지"
그러고 갔다
전어는 안 먹었음
ㅋㅋ
10월 9일 금요일
밤 11시 6분
만원
달력에 24
24번
24만원
남은 거 276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10월 16일
밤 11시
안 울렸음
11시 10분
11시 30분
11시 47분
그 47분도 지났음
12시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송금 내역을 맨 위까지 올렸다 내렸다 함
1부터 24까지
손가락으로 24번 넘겼다
와이프가 안방에서 나왔음
"왜 안 자"
"아니 그냥"
스물다섯 번째 그냥이었다
2시 넘어서 잤음
토요일
10월 17일
오후 3시에 시식대 앞에 서 있었다
3시 반
4시
처남 안 왔음
전어만 열두 마리 구웠음
처가 단톡방엔
장모님이 김장 날짜 묻는 글을 올렸음
"다음 달 둘째 주 어떠니"
와이프가 "좋아" 썼고
나는 "네 어머님" 썼다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었음
읽었다는 뜻임
처남만 답 안 했음
처남한테 카톡을 썼다
"형님 별일 없으세요"
지웠음
"이번 주는 괜찮아요"
지웠음
와이프한테 숨긴 놈이 할 말은 아니었음
276이 남아 있는데
결국 아무것도 안 보냈다
ㅋㅋ
어제
일요일 밤 9시 40분
처남한테서 전화가 왔음
나는 베란다로 나가서 받았다
와이프는 씻는 중이었음
"어"
"네 형님"
처남이 한참 말이 없었다
"금요일에 못 보냈다"
"네"
"다음 주에 두 개 보낼게"
"형님 급한 거 아니에요"
그 말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급한 게 아니라는 게
276이 안 급하다는 건지
다른 게 안 급하다는 건지
"걔 생일 토요일이지"
"네"
"미안하다"
처남은 그 말 하고 바로 끊었음
베란다 난간을 잡고 있었는데
손에서 전어 냄새가 났다
화장실 문 열리는 소리 나서
얼른 들어왔음
와이프가 수건으로 머리 털면서
"누구야"
"팀장님"
ㅋㅋ
와이프 생일 토요일임
반지는 못 함
통장에 24 있음
비상금은 원래 300이었는데
지금은 24
내 용돈은 한 달 40
이번 달 남은 거 19
43으로는 반지 근처도 못 감
반지는 300짜리였으니까
그래서 계획을 바꿨다
요즘 대하 철이니까
직원가로 대하 1킬로 떼 오고
와이프 좋아하는 소금구이 함
용돈 19로 대하랑 케이크
귀걸이는 통장 24로
반지 옆 진열장에 있던 24짜리
예물이라고는 안 할 거임
ㅋㅋ
처남이 토요일마다 마트에 온 거
처음엔 나 감시하러 온 줄 알았다
근데 아무것도 안 사고 서 있던 건
자기가 아직 거기 있다는 걸
보여 주러 온 거였던 것 같음
달력에 적은 숫자도 그랬다
1, 2, 3
내가 센 건 갚은 돈이 아니라
버틴 주였음
24주 버티고 25주째에 끊긴 거
와이프한테 숨긴 건 처남만이 아님
반지 통장 비운 건 나였음
금요일 밤마다 폰 붙잡고
알림 기다린 것도 나였고
"아니 그냥"을 스물다섯 번 한 것도 나임
처남한테 안 급하다고 한 거
그거 처남한테 한 말 아니었던 것 같다
와이프한테 말할 날을
내가 계속 미루고 싶었던 거
지금 쉬는 시간인데 손에서 또 냄새남
와이프가 이 냄새로 내가 온 걸 아는데
금요일 밤에 내가 뭘 기다리는지는 모름
처남이 다음 주에 두 개 보낸다고 했음
그럼 달력엔 25, 26 적으면 되나
이번 주 금요일 밤 11시
나는 또 소파에 앉아 있을 거임
그다음 날이 와이프 생일이고
대하는 이미 따로 빼 달라고 말해 놨다
반지 통장엔 24 남아 있음
그 돈으로 귀걸이 사면
반지 통장은 0이 됨
처남이 갚을 자리도 없어지는 거
ㅋㅋ
아직 안 샀음
금요일까지는 기다려 보려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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