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생 차에서 보조 브레이크를 사흘 동안 열두 번 밟았다
도로주행 강사가 토토 빚을 갚으려 면허를 서두르는 스무 살 연수생의 차에서 유난히 자주 보조 브레이크를 밟게 된 사흘을 시험 당일 아침에 돌아본다.
43살 여자임
경기도 외곽 운전전문학원 다님
도로주행 강사 9년차
중2 딸 하나 있고
남편은 지방 현장 다녀서 금요일 밤에 옴
조수석에 앉아서
오른발을 보조 브레이크 위에 올려 두는 게 일임
9년 하니까 밟을 데는 대충 앎
근데 이번 달엔 좀 달랐다
지금 월요일 아침 7시 50분
학원 2층 강사 대기실임
오늘 오후 2시 20분에
내 연수생 하나가 도로주행 시험 봄
그 애 얘기 어디 할 데가 없어서 씀
20살 남자애임
대학 1학년인데 지난주에 휴학계 냈대
이름은 그냥 ㅁ이라고 하겠음
처음 본 건 10월 19일 월요일
도로 연수 첫날이었다
학과랑 기능은 그 전 주에 붙었음
"학교는 어떡하고?"
"휴학했어요"
"면허 빨리 따서 일하려고요"
"무슨 일?"
"배달이요"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음
첫날 운전은 나쁘지 않았다
핸들도 제대로 잡고
근데 신호 대기 때마다
컵홀더에 꽂은 폰이 켜졌음
화면 켜지고
꺼지고
또 켜지고
"폰 뒤집어 놓자"
그러니까 바로 뒤집더라
뒤집힌 채로도 계속 떨었음
컵홀더가 플라스틱이라
드르륵 소리가 차 안에 다 들렸다
ㅁ은 앞만 봤음
핸들 잡은 손등이 하얬다
신호 바뀌고 출발하는데
앞차가 아직 안 움직였음
ㅁ은 그냥 액셀을 밟았다
나는 밟았음
보조 브레이크를
몸이 앞으로 쏠렸다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앞차 보고 가"
그게 첫 번째였음
첫날 두 시간에 세 번 밟았다
두 번째 날은 10월 21일 수요일
그날은 비가 조금 왔다
또 폰이 켜졌음
이번엔 뒤집기 전에 화면을 봤다
옆자리라 그냥 보였음
친구 이름 같은 거 하나
"이번 주까지 된다며"
그 밑에 또 하나
"형 답장 좀"
ㅁ은 손바닥으로 폰을 덮었다
덮은 손을 핸들로 가져가는 게
반 박자 늦었음
그 반 박자 동안
차가 오른쪽 차선으로 밀렸다
나는 밟았음
"차선"
"네"
그날 두 시간에 네 번 밟았다
1시간 지나고 10분 쉬는 시간
학원 코스 끝 편의점 앞에 세움
나는 차 안에서 물 마시고
ㅁ은 내려서 통화했다
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음
"아 다음 달 배달 시작하면"
"바로 줄게"
"면허만 나오면 진짜"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
통화 끝나고 ㅁ은
편의점 유리문 앞에서 한참 서 있었음
그냥 서 있었음
돌아와서 안전벨트 매는데
버클을 세 번 만에 꽂았다
나는 아무것도 안 물었음
연수비 받고 하는 일인데
물어볼 건 운전밖에 없으니까
"출발하자"
"네"
수요일 연수 끝나고
학원 1층 접수대 앞에서
ㅁ이 나를 불렀음
"강사님 이거 혹시"
"남은 거 나눠서 내도 돼요?"
도로 연수비랑 시험비 남은 게 32였음
"실장님한테 물어봐"
"강사님이 말해 주시면 안 돼요?"
나는 실장님한테 갔다
"얘 16씩 두 번 안 될까요"
실장님이 나를 쳐다봤다
"9년 동안 이런 거 처음 물어보시네"
"그러게요"
결국 16씩 두 번 됐음
ㅁ은 고개를 엄청 깊게 숙였다
카드 두 장을 꺼냈다가
한 장은 도로 지갑에 넣었음
나는 그 한 장이 뭔지 안 봤다
안 본 척했음
ㅋㅋ
목요일은 쉬고
세 번째가 10월 23일 금요일이었다
시험 코스를 그대로 도는 날
출발하기 전에
ㅁ이 먼저 폰을 껐음
아예 전원을 껐다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그냥 꺼 놓을게요"
근데 그날 제일 많이 밟았다
다섯 번
폰이 없으니까
ㅁ의 눈이 갈 데가 없었음
신호 대기 때마다
꺼진 화면을 봤다
초록불 들어온 걸 내가 말해 줬음
"가" 하니까 급하게 출발했다
그러고는 서두르니까
우회전에서 횡단보도를 그냥 들어갔다
나는 밟았음
"사람 없어도 서"
"네"
교차로에서 노란불에 들어가려고 했다
밟았음
좌회전 대기선 넘어서 섰다
밟았음
나도 모르게 밟은 게 두 번 더 있었음
그건 안 밟아도 됐던 거
마지막 교차로 지나고
학원 들어오는 긴 직선 길에서
내가 물었다
"배달은 왜 그렇게 급해?"
ㅁ이 핸들을 9시 3시로 고쳐 잡았다
"빚이 좀 있어서요"
"토토요"
시험 코스 외운 거 말하듯 말했음
"친구들한테 빌린 거랑"
"이것저것 다 하면 300쯤이요"
"여름방학에 시작했어요"
그러고 더는 말 안 했다
나도 더 안 물었음
"핸들 너무 꽉 잡지 마"
그게 내가 한 말 전부였다
ㅋㅋㅋ
300이면
배달 오토바이로 몇 달을 뛰어야 되는지
이 면허 하나 있으면
125cc까지는 탈 수 있음
그러니까 그 애는
빚 갚을 면허를 따러 온 거였음
그날 밤 남편이 올라와서
셋이 국밥 먹으러 나갔음
남편 차 조수석에 탔는데
신호 대기 때 딸이 뒤에서 웃었다
"엄마 발 왜 그래"
보니까 내 오른발이
조수석 바닥을 꾹 누르고 있었음
남편 차엔 그런 거 없는데
"쥐 났어"
그랬음
ㅋㅋㅋㅋ
토요일엔 연수가 꽉 차 있었음
다섯 명 열 시간 동안
보조 브레이크 한 번도 안 밟았다
발이 계속 그 위에 있었는데
한 번도 안 내려갔음
저녁에 종아리가 땡겼다
안 밟은 발이 땡기는 게 웃겼음
일요일엔 딸이랑 마트 갔다
카트 끄는데
딸이 과자 코너로 막 뛰어갔음
나는 카트 손잡이를 꽉 쥐었다
브레이크도 없는 카트를
안 잡아도 되는 애임
알면서 쥐었음
그날 저녁에 학원 단체방에
월요일 시험 명단이 올라왔다
2시 20분 조 세 번째에
ㅁ 이름이 있었음
나는 그 이름을 한 번 눌렀다
도로주행 시험은
강사가 같이 안 탐
학원 검정원이 조수석에 앉음
검정원 자리에도 보조 브레이크는 있다
근데 검정원은 밟으면
그걸로 끝임
밟는 순간 실격이라
나는 밟으라고 앉는 자리고
검정원은 밟으면 떨어뜨리는 자리임
같은 자리인데
오늘은 내가 그 자리에 없다
일요일 밤 설거지하다가 계산해 봤음
한 사람한테 사흘에 열두 번은
9년 만에 처음이었음
사흘 여섯 시간에 열두 번
그 열두 번 중에
진짜 위험했던 건 다섯 번쯤이었음
나머지 일곱 번은
내 발이 먼저 나간 거였다
그 애가 아니라
내가 겁먹어서
근데 그 애한텐 그게 다 똑같았을 거임
옆 사람이 또 밟았다
또 죄송하다고 해야 된다
그래서 그 애는 사흘 동안
죄송합니다를 열두 번 했다
내가 해 준 건
16씩 두 번 나눈 거랑
핸들 꽉 잡지 말라는 거
그게 다였음
300 앞에서 16은
그냥 16임
ㅋㅋㅋㅋ
붙으면 다음 주에 배달 시작하겠지
떨어지면 재시험 접수하러
접수대 앞에 또 서겠지
나는 그 애 차에 다시 탈 일 없음
떨어지면 연수 추가는 안 할 거임
돈이 없으니까
그래서 지금
월요일 아침 8시 조금 넘었음
대기실 정수기 앞에서 커피 탔는데
설탕을 두 번 넣었다
9시 연수생은 60대 할머니
그분은 아마 천천히 가실 거임
2시 20분에 나는
코스 반대편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 옆에 앉아 있을 거다
그 시간에 내 오른발은
아마 또 바닥을 누르고 있겠지
아무것도 없는 데를
결과는 단체방에 4시쯤 뜸
ㅁ한테는 연락 안 할 거임
연락처는 접수 서류에 있는데
연수 끝난 연수생한테
강사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음
그러면서 지금 단체방을
벌써 네 번 열어 봤다
ㅋ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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