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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창작썰#동창 #직장 #돈과 빚

채권추심 일을 하는데, 이번 달 명단에 초등학교 동창이 있습니다

떡볶이 외상을 달아 주던 분식집 아들. 연체 아홉 달째인 그 이름 옆에, 앞 담당자가 남긴 메모가 한 줄 있었다.

AI로 만든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신용정보회사에서 채권추심 일을 한 지 4년째입니다. 카드사나 은행이 받지 못한 돈을 대신 받아 내는 일이에요. 매달 초에 담당 명단이 내려오는데, 이번 달 명단 스물여섯 번째 줄에 초등학교 동창 이름이 있었습니다.

흔한 이름이라 처음에는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데 태어난 해가 저랑 같았고, 주소가 제가 5학년 때까지 살던 아파트였어요. 102동. 태호는 그 집에서 한 번도 이사를 안 간 모양이었습니다.

이 일에는 지켜야 할 게 많습니다. 정해진 시간에만 전화하고, 빚 얘기는 본인 말고 누구한테도 하면 안 됩니다. 가족한테도요. 통화는 전부 녹음됩니다. 입사 첫날 선배가 그랬어요. 명단에 있는 이름을 사람 이름으로 읽기 시작하면 이 일 오래 못 한다고.

태호 어머니는 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하셨습니다. 저희 엄마는 밤늦게까지 일하셔서, 저는 학교가 끝나면 거의 매일 거기서 떡볶이를 먹었어요. 돈이 없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아주머니는 계산대 옆 공책에 제 이름을 적으면서 “커서 갚아” 하셨습니다.

태호는 제 접시에 튀김을 하나씩 더 올려 줬습니다. 자기 엄마 몰래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주머니가 시키신 거였을 겁니다. 6학년 올라가기 전에 저희 집이 이사를 갔고, 외상은 갚지 못했습니다.

파일을 열었습니다. 카드론 두 건에 현금서비스까지 2,400만 원, 연체 아홉 달째였습니다. 앞 담당자가 남긴 메모가 한 줄 있었어요. ‘본인 도박 채무라고 함. 물류센터 야간 근무. 상환 의지 있음.’

그날 오후 팀장님께 담당을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아는 사람이라고요. 팀장님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아는 사람이면 더 잘 받아 오겠네” 했습니다. 저희는 받아 온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습니다. 농담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래서 안 됩니다.” 그제야 팀장님이 저를 봤습니다. 다음 배정 때 바꿔 주겠다고 했어요. 다만 이번 주 연락 일정은 이미 잡혀 있으니 그건 저더러 하라고 했습니다.

화요일 오전 열 시 반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가 한참 가다가 잠긴 목소리가 받았어요. 밤새 일하고 막 잠든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늘 하던 대로 회사 이름과 제 이름을 말하고, 연체 금액과 안내 사항을 읽었습니다.

태호는 끝까지 듣더니 25일에 월급이 들어오면 20만 원을 넣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잠깐 말이 없었어요.

“이준호 씨라고 하셨죠. 혹시… 저희 엄마 가게 다니던 준호?”

녹음되는 전화였습니다.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고, 반갑다고 할 수도 없었어요. “네. 고객님, 이 통화는 녹음되고 있습니다.”

태호가 짧게 웃었습니다. “그렇지. 녹음되지.” 그러고는 제일 먼저 이걸 물었어요. “우리 엄마한테는 연락 안 가죠?”

“가족분께는 알리지 않습니다. 법으로도 그렇게 돼 있습니다.” 그날 제가 태호한테 해 줄 수 있는 말 중에 제일 다정한 말이 그 문장이었습니다. 태호는 감사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끝까지 존댓말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비상계단에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그 주 목요일에는 몇 년째 조용하던 초등학교 동창 단톡방이 울렸어요. 누가 태호 소식 들었냐고, 토토로 다 날렸다더라고 썼습니다. 그 밑에 누가 저를 불렀어요. “준호 너 금융 쪽 일하지 않냐? 알아볼 수 있어?”

“그런 거 못 알아봐. 그리고 이런 얘기 여기서 하지 말자.” 방이 한동안 조용하다가 누가 ‘ㅇㅋ’ 두 글자를 보냈습니다. 태호는 몇 년 전에 나간 방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담당이 바뀌었습니다. 그 파일은 이제 제가 열면 안 되는 파일이 됐어요. 한 번은 열 뻔했습니다. 커서를 올려놓고 한참 있다가 창을 닫았습니다.

그 주 토요일, 스무 해 만에 그 동네에 갔습니다. 학교 앞 분식집은 간판만 바뀌고 그 자리에 있었어요. 아주머니는 머리가 하얘지셨고 저를 못 알아보셨습니다. 떡볶이를 시키고 제 이름을 말씀드렸더니 국자를 든 채로 한참 저를 보셨어요.

“아이고, 준호야. 외상 장부 아직 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계산대 서랍에서 정말로 낡은 공책을 꺼내셨습니다. 연필로 쓴 제 이름 옆에 바를 정 자가 여러 개 그려져 있었어요. 떡볶이 값에 옛날 외상값까지 드리려고 했더니, 애들 먹인 걸 무슨 돈으로 받냐며 손을 밀어내셨습니다.

태호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해서도 안 됐고요. 나올 때 아주머니가 전화번호를 적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태호한테 연락하라고 하겠다고.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모르는 번호로 메시지가 왔습니다. “엄마한테 갔었냐.” 물음표도 없었어요.

그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한 일이 태호한테 어떻게 보였을지. 빚 때문에 전화한 사람이 며칠 뒤 엄마 가게에 찾아온 겁니다.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는 건 저한테만 사실이었어요.

아무 말도 안 했다고, 그냥 먹으러 간 거라고, 미안하다고 보냈습니다. 답은 한참 뒤에 왔습니다.

“알아. 너 그럴 애 아닌 거. 근데 엄마가 너 왔다고 하는데 심장이 내려앉더라.” 한 줄이 더 왔어요. “담당 바꿔 달라고 한 거 너지?”

“응.”

“빚 다 갚으면 내가 연락할게. 그 전엔 가게 가지 마라. 떡볶이는 그때 내가 산다.”

선배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을 사람 이름으로 읽으면 이 일은 확실히 더 어렵습니다. 태호가 빠진 이번 달 명단은 스물여덟 줄입니다. 요즘은 전화를 걸기 전에, 한 줄씩 이름부터 읽고 번호를 누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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